"배민 배달료 오르면 어쩌나"…혼란에 빠진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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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거리별 배달팁 제도 도입 첫날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1일부터 직선거리 기준으로 배달팁을 책정하는 '거리별 배달팁' 기능을 도입하자 배민을 이용하는 식당 자영업자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자영업자들은 "거리별(배달팁)로 바꾸면 행정동별로 돌아가기 어렵다"며 함부로 바꾸지 말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이같이 거리별 배달팁을 설정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거리별 배달팁 적용 대상은 울트라콜, 오픈리스트, 파워콜 등 배민 광고를 이용 중인 업체다. 거리별 배달팁은 고객 주소지와 가게 주소의 실제 거리가 아닌 직선거리 기준으로 책정된다. 각 업체는 100m당 100∼300원 또는 500m당 최대 1500원까지 설정할 수 있다.거리별 배달팁 설정은 이날부터 자영업자들이 직접 '배민셀프서비스'를 통해 변경 가능하다. 다만 거리별 배달팁으로 바꾸면 기존 지역별(행정동별) 배달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기존에 행정동 배달팁을 택했던 가게는 그대로 유지 가능하지만 거리별 배달팁을 추가할 수는 없단 얘기다.
실제로 이날 배민을 활용하는 가게의 지역 인기 상위 업체는 행정동 기준의 기존 배달 요금을 적용하고 있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파스타 배달 맛집 1위 업체는 '배달팁 설명란'에 직접 "행정동 기준"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배달팁 변경에 조심스러운 것은 소비자 반응을 봐야 하기 때문.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에 배달을 시키던 가게에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배달팁 기준이 거리로 바뀌면 같은 동에 있어도 거리가 먼 음식점 배달료는 오른다. 다만 바뀐 배달팁 기준을 적용하면 집과 가깝지만 행정동이 다른 음식점에서 주문하는 경우엔 기존보다 배달료가 줄어든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업장마다 반응이 엇갈린다. 거리별 배달팁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한다는 한 식당 사장은 "이용하는 배달 대행사가 거리 추가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직선거리와 실거리가 많이 차이 나는 경우엔 업장에 손해가 된다. 가게가 고가에 위치해 있거나 주변을 지하차도나 지하철이 막고 있는 경우는 할증이 많이 붙어 직선거리 측정이 불리할 수 있다.
아예 거리별 배달팁 도입 대상이 아닌 배민 자체 라이더가 있는 '배민1'을 이용하겠다는 업체도 더러 있었다. 월 8만원(부가세 포함 8만8000원) 혹은 6.8%(부가세 포함 7.48%)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울트라콜·오픈리스트(배민광고 이용업체) 대신 중개수수료 6.8%(기본형 기준·부가세 포함 7.48%)에 배달비 6000원(부가세 포함 6600원)을 요구하는 배민1이 업체 입장에서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이날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반경 1km를 넘어가면 동이 2~3개는 바뀌는데 배달 대행사에서 부과하는 동별 할증은 어쩌느냐"며 "현재로선 동별 할증요금 설정이 안돼서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 아직 바꾸지 말자"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업체들 건의를 바탕으로 이번 거리별 배달팁 기능을 도입했다는게 배민 측 설명이다. 그간 문제 됐던 행정동 기준의 배달료 측정 한계와 연 단위 행정동 업데이트로 정확한 배달팁 설정이 어려웠던 맹점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배민은 "일정 유예기간 후 각 업체의 (거리별 배달팁) 활용 현황을 확인한 뒤 추후 배달팁 기준을 기존 행정동 대신 거리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