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상 소유권은 日에' 판결, '약탈에도 취득시효 인정' 때문

1·2심 모두 '왜구반출' 판단했지만, 2심서는 "日사찰 취득시효 완성돼"
항고·국제법 등으로 소유권 다툼·반환 문제 장기화 전망
절도범에 의해 국내로 들어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이미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법리적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법원은 왜구가 불상을 약탈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상당하다면서도, 일본 민법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해석했다.

1일 대전고법 민사1부(박선준 부장판사)에 따르면 '1527년 간논지(觀音寺)를 창설한 종관이 이 사건 불상을 조선에서 넘겨받았다'는 피고 보조참가인인 일본 간논지 측 주장에 대해 "적법하게 양수했는지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왜구가 약탈해 불상을 불법 반출했다고 볼만한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봤다. 2017년 1월 26일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는 1심 판단과 같은 취지이다.

그런데도 2심은 원심의 원고 부석사 측 승소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인 일본 민법의 취득시효 규정을 적용하면 소유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1953년부터 불상이 도난당하기 전인 2012년까지 60년간 소유의 의사로 불상을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취득시효(20년)가 완성됐다"며 "불상이 불법 반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취득시효의 완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이는 국내 민법에 의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불상의 원래 소유자라는 부석사의 주장도 배척했다.

2심 재판부는 "1330년께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부석사가 이 사건 불상을 제작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된다"면서도 "현재 서산에 있는 부석사가 고려시대 부석사와 같은 종교단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 판결에서 불상 소유권은 일본으로 넘어갔으나 반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검찰이 항소와 함께 낸 불상 이송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불상은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있다.

재판부는 "민사소송은 단지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할 뿐이며, 최종 문화재 반환 문제는 유네스코 협약이나 국제법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석사 측은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다는 입장이어서 소유권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상근 서산 부석사 불상 제자리 봉안위원장은 "불상을 물려받았다는 전래설, 조선왕조실록 기록 등 많은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재판부에서 부석사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니 발굴조사를 해서라도 증거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높이 50.5㎝·무게 38.6㎏의 이 사건 불상은 한국인 절도범들이 2012년 10월 일본 간논지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왔다. 서산 부석사는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우리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이날 6년 만에 열린 2심에서 패소로 뒤집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