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 출근해 4000억 법니다"…SK그룹 계열사의 '반전'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SK이노 자회사 SK지오센트릭
나경수 사장 인터뷰
"내후년 울산 폐플라스틱
공장서 年 4000억 이익 전망"

"직원들 쓰레기장서 원료 조달 고민
나이키 록시땅 등 잠재고객"
"2025년 IPO 가능한 회사로 육성
SK이노 주가 부양에 보탬될 것"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SK그룹 입사해서 쓰레기장으로 출근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겠죠. 우리처럼 전국의 쓰레기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기업은 없을 겁니다."(웃음)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 나경수 사장(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종로타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요즘 직원들이 고생한다며 멋쩍게 웃었다.이 회사 직원들은 전국의 재활용센터와 쓰레기장을 훑으며 폐플라스틱 조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나 사장은 "여기서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가져와 재가공해 새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공장을 울산에 구축하고 있다"며 "울산 폐플라스틱 공장을 통해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3000억~4000억원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은 한국 석유화학 업계의 시초다. 1972년 한국 최초로 나프타분해공정(NCC) 시설을 가동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이 공장의 가동을 멈추고 분해해 고철로 팔았다. 노후화한 데다 탄소배출이 많은 설비 문을 닫고 사업재편을 추진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1조7000억원을 들여 폐플라스틱 25만t(연간 기준)을 새 플라스틱으로 재가공하는 공장을 짓는 중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으로 플라스틱을 매립·소각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의 탄소를 감축할 방침이다.그는 "2025년 울산에 건설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를 가동하는 시점에 제품 생산량 60~70%를 선판매하는 계약을 맺을 것"이라며 "2025년까지 제품 포장재를 재활용 폐플라스틱으로 전환하려는 로레알 프록터&갬블(P&G) 록시땅 등 글로벌 기업을 잠재고객으로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글로벌 업체와 이미 선판매계약을 맺었다고도 귀띔했다.

공장이 준공되는 2025년 폐플라스틱 제품의 수요 과잉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나 사장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은 기존에 석유로 생산한 플라스틱보다 1.7~3배가량 비싸도 시장에서 잘 팔린다"며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방안도 고민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지난 1일 기준 15조7746억원으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의 기업가치는 투자유치 과정에서 24조8000억원으로 산출됐다. 다른 계열사인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은 시장에서 사실상 마이너스(-)로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나 사장은 SK지오센트릭을 기업공개(IPO)할 만한 회사로 육성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고 밝혔다.나 사장은 "현재로서는 상장(IPO)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폐플라스틱 사업이 2025년 안착해 좋은 실적을 낸다면 그해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SK이노베이션 주가 부양에도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익환/장서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