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파크 vs 구글 캠퍼스

이재훈의 랜드마크vs랜드마크
스티브 잡스가 2006년 개발한 스마트폰은 세상 모든 정보를 손안으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PC 기반의 인터넷이 홈페이지라는 현실세계의 축소 정보를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면 스마트폰은 앱(app)이라는 보다 간편한 메뉴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도록 하였다. 이 속에는 정보도 있지만 오락과 취미가 함께 함으로써 모바일의 문화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열기 쉽게 되어 있다.

스마트폰처럼 건물도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 건물을 어떻게 지을지는 사람들이 건물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관념이 자리잡고 있다. 사람이 어떻게 건물을 인식하고 사람과 건물이 서로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에 대한 건축관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잡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애플의 새로운 신사옥을 건설할 때, 그에게 한 블록을 꽉 채운 6개의 건물로 구성된 콤플렉스형 마스터플랜이 있었다. 그러나 애플 사옥을 설계하게 된 건축가 노먼 포스터(그는 대전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건물을 설계했다)를 만난 후 그는 마음을 바꾼다.

하나의 큰 공장을 오픈 공간으로 개조해 만든 오피스의 모습을 한 픽사 사옥을 방문해 전 직원이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장면에 강한 인상을 받은 잡스는 한 회사는 하나의 건물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 꽂힌다.

6개의 동으로 구성하려던 건물은 하나의 링 형태로 통합된 건물로 설계가 바뀐다. 지름 460m, 둘레 1마일(1.6㎞), 높이 28m(4층 높이)의 엄청난 링 구조물은 한 블록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링의 내부는 외부에서는 들어가지 못하는 정원으로 만들어진다. 에너지를 절감하는 친환경 기법을 사용해 지붕은 태양광판으로 덮었고, 층별로 깊은 차양을 사용했다. 내부 식당은 천장까지 테라스식으로 오픈된 한 공간으로 돼 있고, 세계 최대인 28m 높이의 유리문을 열면 외부 테라스로 확장된다. 직원 9000명의 3분의 1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대형 공간이 된다.
애플파크

'손안의 정보' 스마트폰 닮은 애플파크

이 건물이 유명해진 것은 사진에서 보이는 햇빛에 반짝거리는 반지 모양의 링 때문이다. 햇빛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은색의 알루미늄 외관은 석양의 붉은색을 띠기도 하고, 푸른 하늘의 청명한 색을 따르기도 한다.하지만 사람들은 사진이나 모형이 아니면 이 건물이 실제 얼마나 큰지, 링 전체를 느끼고 구경할 수는 없다. 하나로 연결된 링에 들어와 있다는 상징성에 의해 한 공간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구글 캠퍼스
구글 캠퍼스는 애플 사옥과 같이 실리콘밸리에 있지만 다르다.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한 구글 캠퍼스는 분동으로 구성돼 있기도 하지만, 건물 내부가 오피스인지 공연장인지 박물관인지 놀이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내부에 비행기, 미끄럼틀, 침대, 공연무대 등이 설치돼 있어 일한다는 것의 개념을 확 바꾼 건물로 유명하다.
구글 사옥은 4개의 건물로 분동돼 있다. 2022년 완공된 텐트 같은 거북이등 모양의 새로운 구글광고 사옥도 커다란 두 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는 것을 보면 흥미롭다. 건물이 나뉘면 부서 간에 떨어져 있어 직원들 이동 시간이 길어지며 소통이 멀어져 업무효율이 낮아진다. 그러나 구글의 시각에서 보면, 건물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서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하고, 이동하면서 햇볕도 쬐고 자연을 보고 느끼며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구글이 생각하는 부서의 조직과 일, 공간환경과 업무의 효율성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이동의 편리성보다 이동하며 머리를 식힐 수 있느냐를 중시한 설계다.

'다양성 속 조화·소통' 구글 캠퍼스

건물이 나뉘어 있다 보면 건물별로 약간씩 다른 문화가 축적된다. 건물 모양도 다르겠지만 화장실 위치도 다를 것이고, 창밖으로 보이는 경관도 다르고, 건물별로 분산된 서비스 시설의 종류도 다를 것이다. 오랜 시간 다른 환경의 공간에 거주하다 보면 부서별로 특화된 문화가 생겨날 수도 있다. 다른 문화와 다른 가치관이 회사의 일관성을 해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조직에서 상대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자기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성균관이라는 조선시대 대학이 있었다. 그곳을 가보면 명륜당이라는 큰 교당이 있고, 교당 양쪽에 동재와 서재가 있다. 즉, 동쪽 기숙사동과 서쪽 기숙사동이다. 건물을 배열할 때, 하나의 건물속에 모든 학생이 들어와 있다면 그들은 한 선생님 밑에서 하나의 학문을 배울지 모른다. 그런데 두 개의 건물 그것도 동쪽과 서쪽이라는 개념적 이질성을 갖는 건물속에 들어와 있다면 그들은 알게 모르게 생각의 좌/ 우 편향을 갖게 될 수 있고, 그것이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 때 인위적으로 청군 백군을 나누어 서로 경쟁을 통해 재미를 고조시키듯이 학문의 비판성을 키울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는 하나의 통일성을 원했다. 하나의 회사는 하나의 마인드로 통합된 일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었다. 아마도 잡스의 이런 생각이 아이폰 하나만 있으면 세상 모든 일이 손안에서 해결되리라는 믿음과 통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여기서 잡스가 간과한 것이 있다. 그것이 오피스건 주택이건 공장이건 간에 그것들을 의미 있게 하려면 건물이 사람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우리는 종종 한 테이블에 앉은 여러 사람이 서로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며 옆에 앉은 사람과의 연결을 잊어버리는 것을 본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연결되지만 바로 옆에 다른 사람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애플 사옥은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회사로 존재하지만 애플 사옥의 원주 1마일 밖은 자신들과 상관없는 공간이다. 이웃과의 소통이 전혀 없다. 스마트폰 안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스마트폰 옆의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인간의 삶을 생각해본다면, 이웃과 함께하는 건물이 되지 못하는 애플 사옥은 스마트폰을 똑 닮은 것 같다.

이재훈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