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어느 콜센터 실습생의 죽음…영화는 묻는다 "다음은 누구 차례"

다음 소희

무관심·부조리에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 다뤄
무언가가 사회문제로 자리잡았다는 얘기는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피해는 언제나 약한 사람들의 몫이 된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다음 소희’(사진)는 사회의 병폐와 부조리가 쏟아내는 약자의 이야기다. 제목에서부터 서늘하고 아프게 사회에 경고장을 던진다. 주인공 소희의 이름을 통해 ‘다음 피해자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영화는 ‘도희야’를 만든 정주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배우 배두나 김시은 등이 출연한다. 한국 영화 처음으로 지난해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영화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춤을 좋아하는 밝고 씩씩한 고등학생 소희(김시은 분)가 콜센터에 현장실습을 나가며 시작된다. 2부는 형사 유진(배두나 분)이 소희의 죽음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담았다. 콜센터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이전에도 있었다. 이번 작품은 한발 더 나아가 마치 콜센터 여직원의 일상을 통째로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현미경을 들이댄 것처럼 부조리한 현실을 촘촘하고 정교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폭언은 물론 콜센터의 지나친 성과 중심 구조, 인센티브 미지급 문제 등을 함께 다룬다.

영화는 우리의 문제를 콜센터라는 공간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콜센터에서 시작해 사회 전반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2017년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콜센터와 특성화고의 연결고리를 강조한다. 당시 전북 전주에서 특성화고의 한 여학생이 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을 나간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영화는 그 죽음 뒤에 있었던 콜센터의 부당노동행위, 이를 묵인하고 취업률만 중시하는 학교의 문제를 깊이 있게 파헤친다.

소희를 연기한 김시은은 신예인데도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다만 소희와 유진이 우연히 만나는 장면은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각 장면에 충분히 담겨있음에도 유진의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다시 표현한 점도 다소 아쉽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