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보다 출산율 높은 日…'인구 1억' 목표 접고 생산인력 유지 올인

1990년부터 저출산 정책 시행
'1억총활약 장관' 직책도 만들어

4월 '어린이가족청' 새로 설치
2050년 韓보다 고령비율 낮아져

총리 "6월 차원 다른 추가대책"
주택 지원·세금 감면 담길 듯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일 의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을 위해 과감한 주택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저출산 대책을 올해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대책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본은 33년 전 시작한 저출산 대책을 계속 수정·보완하면서 이어오고 있다. 그 덕분에 일본의 고령인구 비율은 2050년 한국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33년 전부터 인구대책 마련

저출산 대책이 시작된 1990년 일본의 특수합계출산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소인 1.57명을 기록했다. 특수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일생 동안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의 평균치다. 저출산 대책을 시작하고도 출산율 하락이 멈추기까지는 15년이 걸렸다. 2005년 역대 최저치인 1.26명으로 떨어진 일본의 출산율은 이듬해부터 상승세로 전환, 2015년 1.45명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2016년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일본의 출산율은 2021년 1.30명으로 하락했다.

지난 6년간 감소했지만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이후 10년간 회복기를 포함해 지난 30여 년간 대체로 1.30~1.50명을 유지했다. 지난 10여 년간 출산율이 추락한 한국과 대비된다. 2021년 기준 인구 1억2500만 명, 출산율 1.30명의 일본이 인구 5200만 명, 출산율 0.81명의 한국보다 인구 감소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출산율이 1.45명까지 회복한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1억총활약 담당 장관’이라는 직책을 만들었다. 일본의 인구를 1억 명 이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고령자와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늘린다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2021년 출산율이 1.30명으로 떨어지면서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신생아 수는 인구조사를 시작한 1899년 이후 처음으로 80만 명을 밑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2021년 10월 집권한 기시다 총리는 1억총활약 담당 장관을 폐지했다. 인구 1억 명 붕괴가 기정사실로 다가온 만큼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오는 4월 신설하는 어린이가족청이 대표적인 사례다. 11개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던 저출산과 육아 지원 관련 정책을 통합했다.

집 우선권 주고 세금 줄여줄 듯

일본이 저출산·육아 대책에 집중하는 건 인력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2030년 일본은 전체적으로 644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력난을 최소화하려면 출산율을 높여 생산연령인구(16~64세)를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일본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2021년 10월 기준 일본의 생산연령인구는 약 7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9.4%다. 전체 인구 1억 명 유지 대신 생산연령인구 7000만 명 유지가 일본 정부의 새로운 목표가 됐다.

6월 나올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전날 예산위원회에서 “공영주택과 민간의 빈집을 활용한 주택 우선권을 육아 세대에 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가 많을수록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도 논의 중이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n분의 n승’ 방식의 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장했다. 선진국 가운데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프랑스가 1946년부터 도입한 제도다. 가족의 합산 소득을 가족 수로 나눠 1인당 소득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자녀가 많을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야당인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도 ‘n분의 n승’ 소득세 감면 혜택에 찬성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