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리스크' 딜레마에 빠진 비명계

여의도 와이파이

총선까지 현 체제 유지될 가능성
공천 염두 '분리대응' 비판 소극적
민주당의 길 모임엔 "계파 아냐"
“비명(비이재명계) 모임이 아니라 비전 모임이다. 한 글자 다른데 많이 다르다.”

지난달 31일 비명계 의원이 주축이 돼 만든 ‘민주당의 길’ 첫 토론회에 참석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민주당의 길이 계파 모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축사를 자처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는 “정치개혁, 민생 비전, 미래전략 비전을 얘기하면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 지도부와 이 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문재인 정부 시절 주요 인사가 모여 설립한 정책 포럼인 ‘사의재’와 친문재인계 싱크탱크 ‘민주주의 4.0’도 비슷한 입장이다. “친문계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에 한사코 “계파 모임이 아니다”며 손사래를 친다.검찰이 이 대표의 세 번째 소환을 예고하는 등 사법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민주당 비명계에선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당과 대표의 사법 리스크 분리 대응” 등 쓴소리를 자처한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는 검찰 수사의 불확실성과 내년 총선을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여러 의혹을 받고 있지만 간접적인 증언 이외에 제대로 된 증거가 나온 게 없다”며 “사법 리스크를 돌파해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의 1심 판결이 총선이 치러지는 내년 4월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렇게 되면 이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총선 공천을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섣불리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가 공천에서 배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많다. 오는 4일 예정된 장외투쟁 성격의 대국민보고회에 총동원이 내려진 것과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한 재선 의원은 “과연 중도층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