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중기부 '엇박자'에…전세사기 대책 표류

끝나지 않은 전세사기…'꾼'들은 여전히 활보
(4) 피해자는 눈물

'지역신보 시행령 개정' 요구에
중기부, 취지 안맞다며 반대 의사
"사전협의 없이 정책 발표" 지적도
사진=뉴스1
서울시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이 닻을 올리지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법안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어서다. 충분한 사전 협의도 없이 정책을 발표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고통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사기 지원 위한 제도 아니다”

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중기부는 ‘안심금리자금’ 등 자영업자 지원 제도에 일반 전세사기 피해자도 포함시키자는 서울시의 방침에 반대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중기부 관계자는 “안심금리자금 제도는 경영이 악화한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이 목적이라면 법을 고치는 것보단 서울시 자체 재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부는 안심금리자금 제도의 근거가 되는 법안인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소관 부처다. 안심금리자금 제도는 자영업자들이 시중은행에서 낮은 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게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보증을 서주는 제도다.

서울시는 지난달 5일 전세사기 피해 구제 방안 중 하나로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으로도 보증을 설 수 있게 관련법을 개정할 계획이었다. 현재 서울 전세사기 피해자가 이용할 수 있는 대출 제도는 긴급 자금 대출밖에 없다. 최대 1억6000만원까지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대출받을 수 있는데 서울시 평균 전세가(4억7000만원)보다 한참 낮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부딪쳤다. 이를 감안해 서울시는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시행령을 개정해 총대출 한도가 4억원 수준인 전세사기 피해 지원 제도를 만들 예정이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책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자 서울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피해자 대출 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구상하고 있다”며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시행령 개정을 위해 부처 간 협의를 다시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수억원 한 달 이자 70여만원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위한 저리 대출 규모 확대가 늦어지면서 시민들의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서울 동선동 빌라에 거주하는 개인사업자 고모씨(31)는 전세 계약 만료가 지난해 12월이었지만 전세사기 피해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다. 고씨는 전세금 2억9900만원 중 2억5200만원을 빌렸다. 월 이자만 7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는 “이사를 갈 줄 알고 가구를 중고로 내놓은 바람에 밥도 바닥에 앉아 먹고 있다”며 “저리 대출로 갈아타고 싶지만 한도가 높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서울 석관동에 거주하는 세입자 최모씨(34)는 이달 전세 계약이 끝나지만 임대인으로부터 “현금이 없으니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씨는 전세자금으로 2억1000만원을 대출받아 월 74만원의 이자를 납부하고 있었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이자도 함께 올라 이자 부담이 극심하다”고 했다.

시가 전세사기 지원책으로 대출 상환 4년 연장과 이자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커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가 운영 중인 ‘신혼부부·청년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을 받는 가구만 상환 연장과 이자 지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을 받는 가구는 5만7000여 가구로 시 전체 가구(404만6799가구)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장강호/구교범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