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주취자 방치 사망' 유족에 공식 사과(종합)

"재발 방지책 마련"…일선 경찰 "구체적 지침 필요"
경찰이 술에 취한 시민을 방치해 사망하게 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한 것과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이 유족에 공식 사과했다. 윤 청장은 1일 오후 서울 동대문경찰서 휘경파출소를 방문해 "치안 최일선 현장에서 주취자 보호조치 과정에 있었던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가족분들께 송구하다고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주취자 보호조치와 관련해 제도적 미비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어 합리적 대안과 개선책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동대문서 휘경파출소는 최근 길에 누워있는 50대 주취자를 방치해 교통사고로 사망케 하는 결과를 초래한 관할 관서다. 윤 청장은 이날 오전에는 내부 현안 회의를 열어 현장 경찰관 조치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논의했다.

경찰이 위험에 처한 시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윤 청장이 서둘러 내부 기강 확립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술에 취해 골목에 누워있던 50대 남성을 방치해 승합차에 치여 숨지게 한 소속 경찰관 2명을 감찰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경찰관들은 시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술에 취한 남성을 발견했지만, 그를 그대로 남겨둔 채 맞은편에 세워둔 순찰차로 돌아와 사고 발생 순간까지 차 안에서 대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30일에는 서울 강북경찰서가 한파 속에 술에 취한 60대 남성을 집 대문 앞까지만 데려다주고 가 결국 사망하게 한 소속 경찰관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일련의 사태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주취자 보호와 관련된 경찰관의 직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현장 경찰관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관련 제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주지역의 한 경찰관은 경찰 내부 게시판인 '폴넷'에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고귀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주취자 등을 어느 선까지 보호해야 하는지 정확한 매뉴얼과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관도 폴넷을 통해 "주취자 보호에 현장 경찰관의 어려움이 많다.

현장 경찰관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술에 취해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하도록 규정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보호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나 지침이 없는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