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부패 척결 압박에…젤렌스키 대통령 후원자도 압수수색

우크라이나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기업인을 압수수색하는 등 ‘부패와의 전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서방의 부패 척결 요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가입이 걸린 정상회의도 임박했다.

우크라이나 수사국(SBI)은 1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과세당국 수장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15만8000달러(약 2억원)어치 미국 달러, 한국 돈으로 1700만원 상당인 53만 흐리우냐(우크라이나 화폐 단위) 돈다발 및 보석, 명품 시계와 의류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키이우 지방 국세청장을 대행하고 있는 이 인물은 기업 및 개인의 탈세를 돕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같은 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기업인 이호르 콜로모이스키와 아르센 아바코우 전 내무장관의 가택도 수색했다. 콜로모이스키가 소유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으로 유명해졌고, 2019년 대선에서도 콜로모이스키의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콜로모이스키가 횡령 등 금융 범죄에 저지른 의혹을 받으면서 최근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코우 전 장관은 지난달 18일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등 14명의 사망을 일으킨 헬리콥터 추락 사건의 구매 계약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

부패감시 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크라이나의 부패도는 세계 180개국 중 120위로 하위권이다. 서방은 막대한 지원을 이어가면서 우크라이나에 부패 척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EU는 3일 정상회의에서 가입 조건으로 부패 문제 해결 등을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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