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PO 등록제 전면 확대…'사실상 허가제' 오명 벗을까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중국 상하이 루자주이 금융구에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REUTERS
중국이 그동안 일부 주식시장에서 시행해온 기업공개(IPO) 등록제를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면 IPO 속도가 빨라져 기업의 자금 조달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2일 상하이증권보 등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이런 내용의 IPO 규정 초안을 전날 공개하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새 규정의 핵심은 상장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중국 증시에 상장하려면 원칙적으로 증감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상장 허가가 당국이 인정하는 특권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심사가 까다롭다. 상장 허가제는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기업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상장 신청부터 승인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1월 말 기준 허가를 기다리는 기업이 30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제는 관련 규정의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기업은 누구나 상장할 수 있는 제도다. 증감위는 각 거래소가 IPO 희망 기업의 재무 상태 등을 점검할 책임을 지며,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면 증감위는 원칙적으로 20거래일 이내에 등록 가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증감위 관계자는 "등록제의 핵심은 감독을 완화하고 투자자 등 시장 참가자들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중국판 나스닥'을 표방한 상하이 커촹반(2019년 7월)과 선전 촹예반(2020년 8월), 강소기업 자금조달 창구 역할로 개설한 베이징거래소(2021년 11월) 등에 차례로 등록제를 도입했다. 이번 개정안은 주력 증시인 상하이·선전 주반(메인보드)에까지 등록제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다만 중국의 등록제는 각 거래소가 여전히 IPO 신청 기업에 대한 정성적 평가를 하기 때문에 완전한 의미의 등록제라고 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적자 기업도 예상 시가총액이나 실적, 연구개발(R&D) 투자, 기술 경쟁력 등 다양한 기준 중 하나만 충족하면 등록할 수 있지만, 기준을 갖췄는지에 대해선 거래소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거래소는 국가기관이어서 사실상 금융당국 역할을 한다.

실제 마윈의 앤트그룹은 2020년 11월 커촹반 상장을 추진할 당시 등록 요건을 갖추고 상장 결정도 받았지만 당국의 개입으로 상장이 중단됐다. 2021년에도 지리자동차가 커촹반 상장 절차를 마쳤는데 증감위가 등록을 6개월 이상 미뤄 결국 스스로 철회했던 사례가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