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과 달라진 Fed…"인플레 완화" 비둘기 본색 드러냈다

'인플레 다소 완화' 언급
러-우크라 전쟁도 '물가 상승 압력'에서 '불확실성'으로 바뀌어
뉴욕 증시 일제히 상승
미국 중앙은행(Fed)이 1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발표한 정책결정문은 직전 회의가 열렸던 12월과는 다소 완화된 통화 긴축의지가 감지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었지만"이란 표현이다. Fed는 12월엔 "인플레이션은 전염병(코로나19)과 관련된 공급과 수요 불균형, 높은 식량과 에너지 가격, 그리고 더 광범위한 가격 압력을 반영하면서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이 현재진행 중이라는 뜻이다.반면 이번 정책결정문에선 "인플레이션은 다소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데 그쳤다. 처음으로 '완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과 관련한 표현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12월엔 전쟁과 관련 사건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승 압력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면 2월엔 "불확실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상승 압력'을 '불확실성'으로 수정한 것이 달라진 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이 상당 부분 안정화된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준금리의 정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해석할 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 12월엔 "향후 목표 범위의 증가 속도(pace)를 결정할 때, 위원회는 통화 정책의 누적 긴축,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지연, 경제 및 금융 발전을 고려할 것이다"라고 했다면 2월엔 "향후 목표 범위의 증가 폭(extent)을 결정할 때"라고 바뀌었다.정책결정문 뉘앙스에서 미묘한 변화가 전달되면서 뉴욕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반복해서 긴축 의지를 밝혔지만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에 시장은 더 집중한 모습이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92포인트(0.02%) 오른 34,092.96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2.61포인트(1.05%) 상승한 4,119.21로, 나스닥지수는 231.77포인트(2.00%) 뛴 11,816.32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제프리 로젠버그는 "파월 의장의 발언과 연준 성명서 내용, 그리고 아마 파월 의장이 말하려고 했던 것과 시장이 들은 것 사이에는 정말 단절이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연준이 시장에 '믿어달라.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믿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는 연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에선 이같은 정책결정문의 변화에 너무 몰입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물가 상승률이 Fed의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돌고 있는 데다, 중국 경제가 살아날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