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스타트업 베끼기' 논란…비상교육 표절 의혹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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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꼈다" vs "보편적 기술"스타트업보다 큰 기업의 ‘카피캣(모방품)’ 논란이 또 터졌다. 혁신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앞세운 스타트업의 서비스나 제품을 다른 기업이 따라했다는 의혹이다. 스타트업은 '베끼기'라고 주장한다. 반면 따라했다는 의혹을 받는 기업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아이디어라고 맞서고 있다. 2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 슬링과 상장사인 비상교육은 교육 앱 서비스를 두고 표절 논쟁을 벌이고 있다. 슬링은 비상교육이 지난해 12월에 출시한 교육 앱 ‘기출탭탭’이 자사가 운영하는 앱 '오르조'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슬링은 오르조를 2년 전인 2020년 11월에 내놨다. 오르조는 태블릿과 스마트 펜슬을 활용해 수능 등 각종 기출문제, 문제집, 사설 모의고사 등을 공부할 수 있는 교육 서비스다. 자동 채점, 문항별 타이머, 오답노트, 학습플래너 등의 기능을 통해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애플 앱장터인 앱스토어의 교육 부문 1위에 올랐다. 다운로드는 누적 20만건이 넘는다.
비상교육의 기출탭탭도 비슷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슬링은 기출탭탭이 오르조의 디자인을 따라했다고 주장했다. 안강민 슬링 대표는 "전체적인 앱 디자인이 비슷하고 무엇보다 문제풀이 화면의 분할 기능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풀이 화면의 움직이는 분할 기능은 기존에 볼수 없었던 방식으로 슬링이 시행착오 끝에 고안했다”고 덧붙였다. 슬링은 특허청에 해당 디자인을 등록해 특허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자동 채점, 문항별 타이머, 오답 노트 등의 기능과 부분유료화(10분 무료 제공+추가 사용은 유료)의 수익 모델도 비상교육이 따라했다고 슬링은 주장했다. 슬링은 디자인권을 침해하고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지난달 4일 비상교육에 내용 증명을 보냈다. 비상교육는 반발했다. 비상교육 측은 "오르조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며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슬링은 직사각형 문제지 형상 바탕의 디스플레이가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태블릿PC와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는 직사각형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띄고 있다. 이에 따라 당연히 디자인물도 디스플레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화면 분할 기능에 대해서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고유 특성인 멀티태스킹 측면에서 화면을 분할하고 분할된 화면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앱이 제공하는 당연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 외 디자인의 기능과 용도가 동일하다는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디자인권의 보호 범위에 속하지 않는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비상교육은 이런 내용의 내용 증명을 슬링에 지난달 27일 보냈다. 슬링은 비상교육의 설명에 반박했다. 안 대표는 “특허가 있는 디자인을 누구나 쓸 수 있다면 특허청에 해당 특허의 취소 판정을 받아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맞섰다. 스타트업과 다른 기업 간 카피캣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헬스케어가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가 개발한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를 따라했다는 의혹이 터졌다. 지난해 KT가 내놓은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서비스 ‘KT AI 보이스 스튜디오’는 AI 스타트업 네오사피엔스의 ‘타입캐스트’를 베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LG유플러스가 2021년 출시한 집안일 해결 플랫폼 앱인 'LG 홈인'은 스타트업 생활연구소의 ‘청소연구소' 앱의 UI와 UX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중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조사 발표된 중소기업 기술유출 및 탈취 피해금액은 2827억원에 이른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보통 외관이나 자료만으로는 표절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자세한 내부 구조를 파악해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활용해 자사 제품에 활용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쟁점"이라고 말했다.
김주완/최다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