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늘린 삼성…中企 "믿고 간다"

어닝쇼크에도 R&D 확대
협력사 "일감 유지" 안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에 따른 어닝쇼크에도 감산 대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메모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후공정 외주기업(OSAT), 반도체 장비 업계가 반색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악화에도 감산 대신 투자 강화를 선택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객사 재고 조정이 이어지고 있어 회사 실적에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준비할 좋은 기회”라며 “투자 계획 안에서 R&D 항목 비중도 이전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일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된 반도체 중소기업계는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OSAT 업체 관계자는 “뉴스나 각종 보고서는 올해까지 업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삼성에서는 하반기부터 업황이 좋아지니 걱정 말라고 한다”며 “삼성이 그렇다고 하니 중소기업은 삼성만 믿고 하반기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장기적인 안목도 높게 평가했다.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삼성전자가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건 사업으로 엮여있는 반도체 중소기업의 일감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라며 “당장의 손해만 줄이겠다는 다른 회사들과는 다른 행보”라고 치켜세웠다. 한 메모리 업체 대표는 “지금의 불황은 삼성의 계산 안에 다 있는 것이기 때문에 협력사도 삼성의 계획에 맞춰 변동 없이 납품 일정을 짜고 있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전체 반도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5.8%인데 메모리 반도체는 6.9%에 달해 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반등을 시작하는 올해 중반부터 2026년까지의 메모리 반도체 연평균 성장률은 17.9%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해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전체 반도체 생태계의 체력 강화를 꾀해 시장 수요 회복에 대비했다는 평가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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