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금리 더 올린다"는데…시장은 무엇에 환호했을까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
입력
수정
미국 기준금리 0.25%p 인상미국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습니다. 시장의 예상대로였는데요. 미 증시 3대지수는 나스닥을 중심으로 급등했습니다. 미국 국채수익률은 급락했고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발언 가운데 시장을 움직인 요인들이 있었습니까?
파월 '금리 몇 차례 추가 인상 가능"
"미 경제, 물가 하락 초기 단계"
파월 발언과 반대로 움직인 '페드워치'
시장-연준, 인플레 하락 속도 관측 달라
사실 오늘 시장이 움직인 맥락을 조금 더 정확히 하자면, 시장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신중론 속에서 환호할 부분을 스스로 찾아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 기조는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았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갈 길이 멀고, 몇 차례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가가 꺾이는 초기 단계에는 와 있지만, 경제 성장이 기존 예측 수준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연내 금리 인하는 적절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제롬 파월 의장은 강조했고요, 과도하게 긴축을 진행해 역효과가 나더라도 이를 되돌릴 수 있는 정책적 도구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만 떼어놓고 본다면 매파적 발언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요. 노동 시장 부문에서는 서비스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 대신에 임금-비용 인상발 인플레이션(wage-price spiral) 가능성은 낮게 본다는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최근 견조한 고용과 그에 비해 덜 오른 인건비 상황을 보면, 물가 급등이 임금 인상을 자극하고 그렇게 오른 인건비가 상품 비용을 자극해 물가가 계속 오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뜻입니다.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의 돈의 흐름을 요약하면요. '올해 금리 인상은 3월에 한 번 더(25bp) 올리는 것이 마지막이고, 금리가 연내 50bp 내려간다고 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FOMC 이후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 움직임을 근거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확률을 따지는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3월에 기준금리가 0.25%p 오를 가능성을 85.6%라고 봅니다. 그리고 11월에 기준금리가 0.25%p 내려갈 확률과 그 다음달인 12월에 또 25bp 내려갈 확률을 가장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즉, 시장은 파월 발언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더 높였습니다. "앞으로 금리가 몇 차례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연내 금리 인하는 적절치 않을 것"이라는 파월의 발언을 시장이 부정하고 오히려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이어질 것이라고 본 겁니다. 시장이 연준 의장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렇게 봐야 할까요?
기사를 자극적으로 쓰려면 그렇게도 쓸 수 있겠습니다. 다만 조금 더 정확히 해두자면 연준과 시장이 인플레 하락 가능성이라는 반가운 소식에 대해 같은 논리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물가 하락 속도'에 대한 예측의 차이가 3대지수와 연방기금금리 선물, 채권 시장의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해야겠지요. 조금 전 설명드린대로 파월 의장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몇 차례의 금리 인상이 더 가능하고,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하면서 단서조건을 달았습니다. 이같은 기조는 경제 데이터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플레이션 완화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계속 나온다면, 연준은 긴축 정책을 생각보다 빨리 접을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를 키우는 대목입니다.
또 파월 의장은 경제 상황 평가를 묻는 질문에 미국 경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도 한편으로 '물가 하락 과정(disinflationary process)'을 보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물가 상승률 하락이 아니라 상품 부문에서 가격 자체가 내려가는 현상이 일부 관측되고 있다는 겁니다. 주택 서비스 물가가 이어서 떨어질 것이라고도 전망했고요. 자신이 봤을 때는 시장이 실제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빨리 떨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더 늦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제롬 파월의 관측 역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연준의 데이터 기반 예측일 뿐이기는 합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연준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이 좀 있지요. 가까운 과거에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보았다 곤경에 처한 적이 있었고요. 긴축정책의 향방을 가를 인플레이션 속도 전망에 대해, 시장이 맞는지 아니면 연준이 맞는지는 시간이 증명을 해 줄 겁니다.지금까지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