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온라인 뷰티시장 잡아라"…e커머스업계 대격돌 [박종관의 유통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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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커머스업계에서 뷰티 시장은 모두가 탐내는 영역이다. 화장품은 다른 상품에 비해 객단가가 높아 수익성이 좋다. 구매주기도 빠르고, 신선식품보다 배송도 편하다. 옷을 팔던 무신사, 신선식품 전문 컬리, e커머스의 절대강자 쿠팡까지 앞다퉈 뷰티 시장에 뛰어든 이유다. 하지만 아직까지 독보적인 선두업체는 나오지 않았다. 시장에 플레이어는 늘었지만 전체 온라인 뷰티 시장은 되레 더 쪼그라들었다. 직접 발라보고 사야 하는 뷰티 시장만의 특성 때문이다.
업계에선 화장품 시장이 유독 비대면 소비 활성화라는 흐름을 역행하는 이유를 체험이 필수적인 화장품의 본질적인 특성에서 찾는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에 가도 립스틱 등 색조화장품을 직접 테스트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시기에는 화장품도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수요가 늘었지만 지금은 많은 소비자들이 다시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뷰티 시장의 핵심인 샤넬과 입생로랑 등 명품 화장품이 온라인 유통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온라인 뷰티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백화점에서도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을 굳이 온라인에서 팔 필요가 없다"는 게 주요 명품 화장품 업체들의 입장이다.최근 '뷰티컬리'를 선보이며 야심차게 뷰티 시장에 뛰어든 컬리도 명품 화장품업체를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뷰티컬리를 준비하면서 주요 명품 화장품업체 임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프레젠테이션까지 했지만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콩나물 파는 회사에 우리 제품을 줄 수 없다"는 게 거절 이유였다.
컬리의 장점인 직매입을 통한 새벽배송도 뷰티 시장에선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색조화장품에 경우 비인기 컬러까지 모두 대량으로 매입하면 악성 재고가 남을 우려가 커 인기 제품 위주로 소극적으로 매입해 판매한 게 약점이 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컬리엔 원하는 컬러가 없거나, 빨리 품절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컬리는 에르메스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명품 화장품 브랜드의 병행수입 상품을 매입해 선보이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에스티로더와 랑콤 등은 정식으로 입점했다. 하지만 백화점의 매출 상위 10개 화장품 브랜드 중 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는 여전히 5개 내외다.
다만 온라인 뷰티 시장에선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후광 효과를 누리며 샤넬과 디올 등 주요 명품 화장품업체를 정식 입점시킨 게 주효했다. 롯데온의 뷰티 전문관인 '온앤더뷰티'에 공식 브랜드관을 운영하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는 120여개에 달한다. 추대식 롯데온 전략기획부문장(상무)는 "명품 화장품업체들은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더라도 자신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롯데온은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을 온라인에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롯데온은 롯데백화점의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롯데온에서 받은 쿠폰을 롯데백화점 매장에 가지고 가면 화장품 샘플을 받을 수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온·오프라인 연계 마케팅이다. 또 백화점 VIP에게는 롯데온에서 구매 실적이 없어도 자동으로 VIP 혜택을 준다.
이러한 노력 덕에 지난해 4~12월 온앤더뷰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지난달 기준 온앤더뷰티 클럽에 가입한 회원 수는 20만명을 돌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샤넬 등 주요 명품 화장품업체들이 정식으로 입점한 e커머스는 보통 롯데온과 SSG닷컴, 더현대닷컴에 더해 카카오톡 선물하기뿐"이라며 "온라인 뷰티 시장에서 카카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올리브영은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유치하진 못했지만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힙한' 화장품 브랜드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게 올리브영의 장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소셜미디어 등에서 '유럽여행 가면 꼭 사야 할 화장품'으로 입소문 난 해외의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누구보다 빨리 국내에 유통하는 게 올리브영"이라며 "명품 화장품을 무기로 내세운 백화점 3사 e커머스와는 완전히 다른 전략으로 온라인 뷰티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전국에 1200여개 매장을 기반으로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을 3시간 내에 배송해주는 '오늘드림'과 온라인에서 구매한 뒤 점포에서 찾아갈 수 있는 '오늘드림 픽업' 서비스 등도 올리브영이 비대면 시장을 공략하는 무기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화장품 온라인 거래액 나홀로 감소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0조397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2조1734억원) 대비 14.6% 감소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일상이 되면서 더 그렇다.지난해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6조49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통계청에서 집계하는 22개 세부 카테고리에서 전년 대비 거래액이 줄어든 서적, 가구 등 5개뿐이다. 그중에서도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업계에선 화장품 시장이 유독 비대면 소비 활성화라는 흐름을 역행하는 이유를 체험이 필수적인 화장품의 본질적인 특성에서 찾는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에 가도 립스틱 등 색조화장품을 직접 테스트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시기에는 화장품도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수요가 늘었지만 지금은 많은 소비자들이 다시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뷰티 시장의 핵심인 샤넬과 입생로랑 등 명품 화장품이 온라인 유통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온라인 뷰티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백화점에서도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을 굳이 온라인에서 팔 필요가 없다"는 게 주요 명품 화장품 업체들의 입장이다.최근 '뷰티컬리'를 선보이며 야심차게 뷰티 시장에 뛰어든 컬리도 명품 화장품업체를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뷰티컬리를 준비하면서 주요 명품 화장품업체 임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프레젠테이션까지 했지만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콩나물 파는 회사에 우리 제품을 줄 수 없다"는 게 거절 이유였다.
컬리의 장점인 직매입을 통한 새벽배송도 뷰티 시장에선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색조화장품에 경우 비인기 컬러까지 모두 대량으로 매입하면 악성 재고가 남을 우려가 커 인기 제품 위주로 소극적으로 매입해 판매한 게 약점이 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컬리엔 원하는 컬러가 없거나, 빨리 품절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컬리는 에르메스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명품 화장품 브랜드의 병행수입 상품을 매입해 선보이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에스티로더와 랑콤 등은 정식으로 입점했다. 하지만 백화점의 매출 상위 10개 화장품 브랜드 중 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는 여전히 5개 내외다.
백화점 후광 효과 누리는 롯데온
백화점을 기반으로 한 e커머스는 뷰티 시장의 이러한 특성 덕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e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이 대표적이다. 롯데온은 그간 쿠팡엔 속도로 밀리고, 컬리엔 신선식품 품질로 뒤처지면서 e커머스 시장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다만 온라인 뷰티 시장에선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후광 효과를 누리며 샤넬과 디올 등 주요 명품 화장품업체를 정식 입점시킨 게 주효했다. 롯데온의 뷰티 전문관인 '온앤더뷰티'에 공식 브랜드관을 운영하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는 120여개에 달한다. 추대식 롯데온 전략기획부문장(상무)는 "명품 화장품업체들은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더라도 자신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롯데온은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을 온라인에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롯데온은 롯데백화점의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롯데온에서 받은 쿠폰을 롯데백화점 매장에 가지고 가면 화장품 샘플을 받을 수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온·오프라인 연계 마케팅이다. 또 백화점 VIP에게는 롯데온에서 구매 실적이 없어도 자동으로 VIP 혜택을 준다.
이러한 노력 덕에 지난해 4~12월 온앤더뷰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지난달 기준 온앤더뷰티 클럽에 가입한 회원 수는 20만명을 돌파했다.
또 다른 뷰티 강자 카카오
카카오도 온라인 뷰티 시장의 숨은 강자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의 덕을 톡톡히 봤다.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립스틱과 향수 등 10만원 이하 '스몰 럭셔리' 화장품을 기념일에 주고 받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명품 화장품업체들도 카카오에 앞다퉈 입점하기 시작했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샤넬 등 주요 명품 화장품업체들이 정식으로 입점한 e커머스는 보통 롯데온과 SSG닷컴, 더현대닷컴에 더해 카카오톡 선물하기뿐"이라며 "온라인 뷰티 시장에서 카카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올리브영은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유치하진 못했지만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힙한' 화장품 브랜드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게 올리브영의 장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소셜미디어 등에서 '유럽여행 가면 꼭 사야 할 화장품'으로 입소문 난 해외의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누구보다 빨리 국내에 유통하는 게 올리브영"이라며 "명품 화장품을 무기로 내세운 백화점 3사 e커머스와는 완전히 다른 전략으로 온라인 뷰티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전국에 1200여개 매장을 기반으로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을 3시간 내에 배송해주는 '오늘드림'과 온라인에서 구매한 뒤 점포에서 찾아갈 수 있는 '오늘드림 픽업' 서비스 등도 올리브영이 비대면 시장을 공략하는 무기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