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 4인이 86% 보유'…스테이블코인 테더의 수상한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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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시총 3위 코인 테더 발행사 주요 주주 정체 보도시가총액 1위 암호화폐인 비트코인보다 거래량이 많은 스테이블코인 테더 발행사를 전자제품 판매상, 성형외과 의사 출신 등 비전문가 4인이 장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더 발행사인 ‘테더 홀딩스’의 지분 86%를 4명이 보유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테더 발행사의 설립자 및 소유주들은 시총 680억달러(약 83조원)의 테더를 다루기에는 금융 경험이 충분치 않은 특이한 집단(the unusual crew behind Tether)”이라고 평가했다. 테더는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시총 3위 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 중에서는 가장 시총이 크다. 암호화폐 거래 상당수가 테더를 통해 이뤄진다. WSJ 보도에 따르면 아역배우로 활동했다가 암호화폐 투자자로 변신한 브록 피어스와 성형외과 의사 출신으로 전자제품 판매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던 지안카를로 데바시니는 2014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테더홀딩스를 설립했다. 이후 피어스는 회사를 떠났다. 반면 데바시니는 현재도 테더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고,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 설립에 관여했다. 2018년 기준 데바시니는 테더홀딩스 지분 43%를 보유했다.
비트파이넥스와 테더홀딩스는 여러 임원을 공유하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네덜란드인으로 아시아에 오래 거주한 얀 루이 반 데르 벨데는 비트파이넥스와 테더홀딩스의 CEO를 겸임하고 있다. 그 또한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전자제품 판매업에 종사했다. 캐나다 출신인 스튜어트 호그너는 비트파이넥스에서 변호사로 활동했고 두 회사의 고문을 맡고 있다. 이들은 각각 2018년 기준 테더홀딩스 지분 15%를 들고 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과 태국 시민권을 보유한 사업가 크리스토퍼 하본이 일련의 거래를 통해 테더홀딩스 지분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2016년 비트파이넥스는 해킹으로 비트코인을 다량 도난당했고, BFX라는 새로운 코인을 이용자들에게 지급했다. 당시 비트파이넥스의 ‘큰 손’이었던 하본은 비트파이넥스로부터 지급받은 BFX에 자체 매수분을 활용해 비트파이넥스 모회사 지분을 확보했고, 이후 일련의 거래를 거쳐 테더홀딩스 지분까지 손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4인이 본인 또는 관계회사 명의로 들고 있는 테더홀딩스 지분은 86%로 추산된다고 WSJ는 전했다.하본은 영국 정계의 주요 후원자가 됐다. 영국 정부가 지난해 자국을 암호화폐 기술의 세계적 허브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도 하본의 정치자금 기부와 관련돼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하본은 지난해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에게 100만파운드(약 15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