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혼란스럽습니다"…'중징계' 강방천, 뭐했나 봤더니 [신민경의 편드는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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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 강방천의 인플루언서 행보'8개.'
'차명투자 의혹' 강방천, 직무정지 중징계 확정
중징계 즈음 재개된 유튜브 활동
"금융시장 최고 가치는 신뢰…투자자 위해 자중해야"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은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올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개수(지난 3일 기준)입니다. 짧은 영상 '쇼츠'(Shorts)까지 포함하면 18개가 됩니다. '리더조차 없는 회사를 사라', '금리 인상과 하락장에 대한 강방천의 생각', '디플레이션의 임계점과 높아진 금리의 지속성', '재생에너지가 금리피크를 결정한다고?', '스마트모빌리티 시장의 새 사령관 기업 테슬라' 등의 영상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투자와 관련된 조언이 영상의 주된 내용입니다.작년 7월 영상을 끝으로 6개월간 모습을 감췄던 강 전 회장은 올 1월 10일 복귀했습니다. 당시 에셋플러스운용은 강 전 회장의 투자 조언 영상을 채널에 공유하면서 "힘든 시기마다 투자자들에게 다가섰던 영원한 펀드매니저 강방천님을 어렵게 모셨다"고 설명했는데요. 강 전 회장의 영상은 중징계 처분이 있은 뒤로 줄곧 채널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국내 가치투자 1세대 대표적 인물로 꼽혀온 강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 나선 지 23년 만인 작년 7월 퇴장했습니다. 차명 투자 의혹이 불거지기 직전 이 같은 선언을 한 것인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은 강 전 회장을 둘러싼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고, 철퇴를 내렸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정례회의에서 강 전 회장에 대해 직무 정지 6개월 상당과 과태료 부과 조치를 의결했습니다. 당국은 강 전 회장이 대주주인 공유오피스 기업 원더플러스에 본인 자금을 대여해준 뒤 법인 명의로 주식에 투자한 것을 차명투자, 자기매매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금감원은 강 전 회장이 대주주인 만큼 관련 손익이 그에게 돌아간다고 봤습니다.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강 전 회장이 중징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관련 가능성을 최종 의결 전 검토했다"며 "하지만 소송전으로 이어지더라도 이번 결정이 엎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 이번 제재 조치를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6개월 이내의 직무 정지 △해임 권고 순으로 높아집니다. 금융사지배구조법 제5조와 제7조에 따르면 문책경고 이상을 받을 경우 시행령 제27조에 따라 금융위 최종 의결일로부터 4년간 금융권 임원 취업이 제한됩니다. 직무 정지 조치를 받은 강 전 회장 취업도 당분간은 막히는 것이죠.
금융기업 취업길은 막혔을지라도 온라인 세상은 열려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장 안팎에선 강 전 회장의 인플루언서 행보에 대한 불편한 목소리가 감지됩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인물이 계속해서 에셋플러스 펀드 투자자를 비롯한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 정보를 알리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먼저 투자자들의 반응에서 이런 시선을 엿볼 수 있는데요. 여기에 일부 투자자들은 '뉴스에서 불미스런 소식이 있다고 접했는데, 다시 방송 복귀한 것을 보니 이해할 수 없다', '아직 자중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이 회사 펀드에 1억원 넘게 투자해서 25% 손실 중인데, 내 펀드부터 어떻게 해달라' 등 의견들을 달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투자자들은 '오래 기다렸다', '어려운 시장인 만큼, 흔들림 없이 방향을 잘 잡고 갈 수 있도록 회장님 의견을 자주 듣고 싶다' 등의 의견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시장 반응은 대체로 냉정했습니다. 신뢰를 핵심 덕목으로 꼽는 금융시장에서 물의를 일으킨 만큼, 도의적으로는 자중하는 게 맞다는 시각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한 인물이 투자자들에게 꾸준히 영향력을 미치고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권을 관통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긴 데다 펀드매니저로서 수탁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일반 주식형 펀드들의 판매가 저조한 상황도 결국 신뢰가 약화했기 때문인데, 이런 식의 행보는 운용시장에도 득 될 게 없다고 본다"고 했습니다.또 다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도 "불법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법적 제재를 비껴가는 유튜브 등 채널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에게도 자칫 기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법조계에선 의견이 갈립니다. 먼저 위법행위가 아닌 만큼 강 전 회장의 행보를 막을 근거는 없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작년 9월 말 기준 에셋플러스운용의 최대주주는 강방천 전 회장(지분율 35%)이고, 강 전 회장의 아들인 강자인 국내운용본부장이 18%를 보유한 주요주주로 있습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어도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는 만큼 회사에 대한 강 전 회장의 지배력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증권사 컴플라이언스 담당 직원은 "차명 투자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실상 그런 경우가 많지 않은 데다 이 경우 역시 형사적 제재를 받은 게 아니지 않느냐"며 "금융당국 중징계를 받았다고 해서 미디어를 통한 투자정보 제공 행위를 멈추라고 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희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우리 금융시장 플레이어들의 인식이 '위법이 아니면 괜찮다'는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모럴헤저드를 기준으로 삼고, 위법이 아니더라도 신뢰를 잃을 만한 행위를 한 경우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마지막으로 전 세계적 이목을 끌고 있는 AI 챗봇 '챗GPT'에게도 의견을 구했습니다. "중징계를 받은 운용사 회장이라 함은 그의 투자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투자자들이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잘못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겁니다. 투자자들은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의 배경과 투자경력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