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발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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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경 구글코리아 인사총괄필자가 처음 팀장이 됐을 때 좋은 팀장이 되고자 들었던 조언 중에 예상 못한 조언이 하나 있었다. “팀장이 없어도 팀이 잘 운영되게 한다면 성공입니다.” “그럼 그땐 저는 무엇을 하나요” 했더니 답은 이랬다. “팀장님은 조직을 위해 더 큰 꿈을 꾸고 더 큰 그림을 그려야지요.” 참 맞는 말이었다. 팀원도 성장하고 나도 성장하는 조직.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구성원의 자발성이다. 바위틈을 뚫고 나오는 새싹은 위에서 그 싹을 잡아당겨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중력을 거스르고 바위틈도 비집는 힘이 씨앗 그 자체로부터 나온다. 다만 그 성장을 돕기 위해 공급돼야 할 것들도 있다.자발성의 힘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필요한 것은 구성원에게 넘겨주는 권한과 이를 동반한 조직 내 투명성이다. 권한을 준다는 것은 결정권을 준다는 뜻이다. 또한 최고경영자가 회사 전체를 조망하는 정보를 가지고 중대한 결정을 내리듯, 구성원이 각각 자기 위치에서 최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이 투명성이다. 조직의 커다란 방향성과 그 안에서 내 일의 의미, 조직 내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까지, 서로 활발히 공유함으로써 구성원들은 서로 배우며, 스스로 최고의 결정에 도달한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도 해야 한다. 구성원 저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고, 때로는 비판도 생길 것이다. 이때 리더는 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구성원들이 참여에 대한 긍정적 보상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서로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의견 공유 자체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물론 비판을 공유할 때는 생산적인 비판이 되도록 코칭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다. 다양한 생각의 충돌을 넘어 가장 좋은 것을 찾아 실행에 옮겨 결실을 보는 재미를 맛보면 조직 내에는 공유-토론-협력의 선순환이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지시’를 줄이고 ‘지지’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 바위틈을 비집고 나온 새싹에 이쪽저쪽으로 가지를 뻗어라 하지 않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치워야 할 장애물은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이 순간 필요한 지원이 직원 역량의 강화인지, 추가적 자원 아니면 낯선 도전을 해낼 용기를 주는 말 한마디인지 리더는 고민해야 한다. 바위틈을 뚫고 나오는 새싹이든,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샘물이든, 스스로 돋는 것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