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방중 앞두고…美에 정찰기구 보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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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개선 기대에 찬물 끼얹나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 본토 상공에서 중국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정찰기구(spy balloon)가 발견됐다. 이 정찰기구는 미국 핵미사일 격납고 부근에서 정보 수집을 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미 국방부는 한때 격추까지 검토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간 관계가 일부라도 회복될 거란 예상이 어긋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눈으로 보일 정도 거대한 풍선
핵미사일 격납고 위 훑고 지나가
軍 비상 대기…격추는 않기로
반도체·대만·남중국해 갈등 속
"워싱턴·베이징 매파 자극 우려"
中 정찰기구, 美 핵시설 부근 맴돌아
미 국방부는 자국의 본토 상공에서 고고도 정찰기구(surveillance balloon)를 포착해 추적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이 정찰기구를 보낸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중국에서 출발한 정찰기구가 태평양을 건넌 뒤 알래스카 알류샨열도와 캐나다를 거쳐 미국 동북부 몬태나주의 도시인 빌링스 상공에까지 도달한 것으로 국방부는 추정했다.문제의 정찰기구는 미국 핵미사일 격납고 3곳 중 하나인 맘스트롬 공군기지 주변을 지나갔다. 이 기지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등을 보관 중인 격납고 150개가 있다. 미 국방부는 공식 발표 전날인 지난 1일 몬태나주 빌링스공항을 2시간 폐쇄하고 F-22 전투기를 동원해 격추를 검토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격추 시 잔해가 지상의 자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의견을 수용해 격추하진 않았다. 미 국방부는 기구가 단순 정찰 및 정보 수집 목적으로 비행했다고 보고 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수년 동안 이 같은 정찰기구가 목격돼 왔다”며 “중국이 저궤도 위성으로 수집할 수 있는 내용 이상의 중요한 가치를 창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안보와 관련한 지역에서 공격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행위”라며 “하지만 다른 정보 수집 수단을 가진 중국이 왜 굳이 기구를 띄웠는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문제의 기구는 냉전기엔 널리 쓰였으나 최근 들어선 첩보위성에 밀려 활용도가 떨어졌다. 대신 첩보위성보다 오랜 시간 목표 지점을 배회하며 정보를 모을 수 있다. 이번에는 기구의 체공시간이 평소보다 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방중에 영향 미치나
이번 사건은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이 임박한 상황에서 불거졌다. 블링컨 장관은 5~6일 이틀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을 만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대만 문제,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 고위 관리 간 접촉을 회복하려는 목적도 있다.미 CNN은 “중국이 고의로 도발했을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워싱턴과 베이징의 매파들을 자극하는 정치적 불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주미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중국은 “쌍방이 냉정하게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냈다.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도 미·중은 긴장을 이어 왔다. 오스틴 장관은 2일 필리핀을 방문해 필리핀 군기지 4곳에 대한 미군 사용권을 추가 확보하면서 남중국해 영향력 강화를 노리는 중국에 압박을 준 상황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81개 중국산 의료기기 품목에 고율 관세를 다시 매기기로 하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020년 중국산 의료기기에 면세 조치를 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대만에 대한 시 주석의 야망을 과소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의 경쟁은) 소련과 펼쳤던 경쟁보다 훨씬 치열하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에선 중국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마이클 베넷 민주당 상원의원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에게 “앱스토어에서 틱톡을 퇴출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