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기 금융권 수장 인사 일단락…연임은 없었다
입력
수정
신한·NH농협·BNK·우리금융까지 모두 회장 물갈이
대통령 'CEO 선임 투명성' 주문…금융당국, 지배구조 개선 본격 추진할 듯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내정되면서 윤석열 정부 초기 금융권 수장 인사가 일단락됐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을 시작으로 BNK금융에 이어 우리금융까지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교체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연임 불가'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금융지주 CEO들이 우호세력으로 이사회를 구성, 임기를 두세차례 연장하는 행태는 이번 정부에서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금융당국이 당분간 관치와 투명성 확립 사이에서 계속 줄타기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윤 정부 "연임은 안된다"…금융지주 회장, 모두 물갈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기가 만료된 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두 연임이 좌절됐다.
물갈이 신호탄은 신한금융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2월 8일 차기 회장 후보 대상의 최종 면접 자리에서 돌연 '용퇴' 의사를 밝혀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회장으로 내정됐다.
며칠 뒤인 12일에는 NH농협금융이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면서 손병환 당시 회장의 연임이 무산됐다. 지난달에는 BNK금융지주 회장에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이 선정됐다.
전임 김지완 회장의 경우 자녀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11월 7일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금융권 관심은 우리금융에 집중됐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를 부과받았다.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권 신규 취업이 제한되는 징계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중심으로 손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인 발언이 잇따라 흘러나왔고, 손 회장은 결국 지난달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첫 회동을 앞두고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우리금융 내·외부 인사 간 치열한 경쟁 끝에 결국 전직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손 회장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게 됐다.
결국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5대 금융지주 중 임기 만료가 닥친 3곳의 회장이 모두 교체된 셈이다.
나머지 2곳 중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아직 임기가 2년 가량 남아있다. ◇ 이복현 금감원장 총대메고 금융당국 지배구조 개선 본격 추진할 듯
노골적인 낙하산 인사는 없었지만 최근 금융권 수장 인사에서 금융당국은 미리 가이드라인을 주거나, 특정 인물에 대한 반대를 통해 사실상의 관치를 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총대를 멨다.
이 원장은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회장이 소송을 통해 연임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관치금융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 이례적으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도 CEO 선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이 연임 도전 포기를 밝힌 뒤에도 우리금융 회장 선임과 관련한 이 원장의 훈수는 계속됐다.
그는 우리금융 임추위가 지난달 19일 롱리스트(1차 후보)를 발표한데 이어 27일 숏리스트(2차 후보)를 확정하기로 한데 대해 "회장 후보자 숏리스트가 일주일 만에 결정되는 과정에서 평가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적어도 주주가 객관적 기준을 물었을 때 사후적으로 검증 가능한 정도의 기준이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인데, 지금 절차가 그에 비해 적절한지, 이 시간 내에 그게 가능한지 등은 판단하기 어려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원장 개인 견해로 보거나, 우리금융만을 겨냥한 지적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브리핑에서 "주인(지배주주)이 없는 주요 회사의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이 원장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금융당국 차원에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및 투명성 이슈를 들여다볼 계획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 업무보고 토론회에서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를 언급하면서 제도개선 마련을 위한 금융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적어도 소유가 분산돼서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된다는 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앞으로도 금융지주는 물론 KT나 포스코 등 공공성이 있는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에 정부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출범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과제를 확대해 금융회사 임원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스튜어드십(기관투자가의 적극적 경영 참여)을 통해 민간기업 인사나 경영에 개입할 경우 관치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민영화돼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상당한 상황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금융업체 내부든 관료 출신이든 간에 적임자가 CEO를 맡는게 중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대통령 'CEO 선임 투명성' 주문…금융당국, 지배구조 개선 본격 추진할 듯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내정되면서 윤석열 정부 초기 금융권 수장 인사가 일단락됐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을 시작으로 BNK금융에 이어 우리금융까지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교체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연임 불가'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금융지주 CEO들이 우호세력으로 이사회를 구성, 임기를 두세차례 연장하는 행태는 이번 정부에서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금융당국이 당분간 관치와 투명성 확립 사이에서 계속 줄타기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윤 정부 "연임은 안된다"…금융지주 회장, 모두 물갈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기가 만료된 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두 연임이 좌절됐다.
물갈이 신호탄은 신한금융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2월 8일 차기 회장 후보 대상의 최종 면접 자리에서 돌연 '용퇴' 의사를 밝혀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회장으로 내정됐다.
며칠 뒤인 12일에는 NH농협금융이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면서 손병환 당시 회장의 연임이 무산됐다. 지난달에는 BNK금융지주 회장에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이 선정됐다.
전임 김지완 회장의 경우 자녀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11월 7일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금융권 관심은 우리금융에 집중됐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를 부과받았다.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권 신규 취업이 제한되는 징계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중심으로 손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인 발언이 잇따라 흘러나왔고, 손 회장은 결국 지난달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첫 회동을 앞두고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우리금융 내·외부 인사 간 치열한 경쟁 끝에 결국 전직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손 회장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게 됐다.
결국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5대 금융지주 중 임기 만료가 닥친 3곳의 회장이 모두 교체된 셈이다.
나머지 2곳 중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아직 임기가 2년 가량 남아있다. ◇ 이복현 금감원장 총대메고 금융당국 지배구조 개선 본격 추진할 듯
노골적인 낙하산 인사는 없었지만 최근 금융권 수장 인사에서 금융당국은 미리 가이드라인을 주거나, 특정 인물에 대한 반대를 통해 사실상의 관치를 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총대를 멨다.
이 원장은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회장이 소송을 통해 연임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관치금융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 이례적으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도 CEO 선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이 연임 도전 포기를 밝힌 뒤에도 우리금융 회장 선임과 관련한 이 원장의 훈수는 계속됐다.
그는 우리금융 임추위가 지난달 19일 롱리스트(1차 후보)를 발표한데 이어 27일 숏리스트(2차 후보)를 확정하기로 한데 대해 "회장 후보자 숏리스트가 일주일 만에 결정되는 과정에서 평가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적어도 주주가 객관적 기준을 물었을 때 사후적으로 검증 가능한 정도의 기준이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인데, 지금 절차가 그에 비해 적절한지, 이 시간 내에 그게 가능한지 등은 판단하기 어려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원장 개인 견해로 보거나, 우리금융만을 겨냥한 지적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브리핑에서 "주인(지배주주)이 없는 주요 회사의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이 원장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금융당국 차원에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및 투명성 이슈를 들여다볼 계획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 업무보고 토론회에서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를 언급하면서 제도개선 마련을 위한 금융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적어도 소유가 분산돼서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된다는 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앞으로도 금융지주는 물론 KT나 포스코 등 공공성이 있는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에 정부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출범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과제를 확대해 금융회사 임원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스튜어드십(기관투자가의 적극적 경영 참여)을 통해 민간기업 인사나 경영에 개입할 경우 관치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민영화돼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상당한 상황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금융업체 내부든 관료 출신이든 간에 적임자가 CEO를 맡는게 중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