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영의 메타버스와 암호화폐 이야기] 항공모함과 보트 그리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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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1. 전문가와 산업계 리더가 바라보는 시장변화의 차이
4년 전으로 기억한다. LA에서 만난 미주 한인 최대 은행 이사회 의장인 J회장 또 LA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은행으로 뽑힌 C은행 회장 및 행장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당시 ICO의 붐을 비롯해 최첨단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에서 숨가쁘게 돌아가던 혁신의 현장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세계 금융권 중심의 나라에서 최고 지위에 있는 분들에게 시대 변화의 흐름과 속도에 대한 내 생각을 전달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앞섰기에 적극적으로 변화의 흐름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의 발전 속도는 과거 1,2,3차 산업혁명의 발전 속도에 비교하면 거의 빛의 속도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향후 은행들은 어느 순간 무언가 바뀌었다고 깨닫는 시점이 다가올 것이며, 그때는 준비 안된 은행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레 드리면서 하루 빨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사업 전문가를 뽑아 작은 시도라도 해보시라는 조언을 드렸다.
그러나 J 회장은 싱긋 웃으시며 이런 말씀을 했다. “미국의 금융 산업은 거대한 항공모함과 같아 진로 바꾸는 게 그리 쉽게 되는 일이 아닙니다. 좀처럼 변화하기 어려운 산업이 은행 사업입니다. 그래서 방향을 한번 틀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반대로 한번 방향을 바꾸면 무섭게 그 방향으로 전진합니다.또 한국과 같이 작은 나라, 작은 시장에서는 재빠른 변신이 가능하지만 여기는 그리 쉽게 안 될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은 각종 Regulation과 Compliance의 감독을 심하게 받는 분야인지라 더욱 그렇습니다”
J회장의 말에서 필자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거대한 시장 규모와 최첨단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금융산업에 대한 깊은 내공이 강하게 느껴져 더 이상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를 삼갔다.
아마 그 당시의 전 세계 은행 대부분과 금융권의 분위기 역시 이와 비슷했을 것이며 우리나라 금융권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기에 서서히 변화를 녹여가며 발전하는 금융산업의 특성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최근 모 증권사 회장이셨던 S회장님과 만나 오찬을 하면서 ChatGPT를 비롯한 인공지능과 첨단산업의 발전과 그 변화 속도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회가 있었다.
S회장님 역시 조용히 웃으시며 “지난 2015년 P2P 금융으로 핀테크 바람이 한참 불 때 내가 이런 얘기를 사람들에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핀테크 핀테크 하는데 그거 한 일 년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없어질 것 같아요.
과거 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e-Trade가 한국에 진출하고 키움증권이 질주하면서 곧 온라인 증권사가 마치 거대한 쓰나미와같이 우리나라 모든 증권사를 집어 삼킬 듯 덤벼들었습니다.10여년 지난 지금 보세요. 업계 10위권에 불과한 키움증권 하나 빼놓고는 금융 산업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물론 증권사와 금융권도 발 빠르게 HTS를 도입하고 온라인 변화에 적극 적응한 면도 있지요.
그렇기에 저는 블록체인이던 DAO, NFT나 핀테크 역시 결국은 국가의 규제 속에서 살아남고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특수 산업이기에 이번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금융업에 대한 변화 역시 별로 급박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며 기존 산업과 체제를 위협하는 존재는 되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열렬한 독서가이신 S회장님의 혜안은 놀라울 정도로 예리했다는 기억이 남으며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기에 다른 산업과 확연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괜스레 고생만한다는 S회장님의 의견에 일단 동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다.
2. 암호화폐와 CBDC가 몰고 올 산업의 변화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암호화폐 사업을 한다면 100% 사기꾼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고 비트코인 가격이 5만 불을 넘다가 2만 불 이하의 저점을 찍고 장기간 횡보했다.
그리고 최근 다시 상승을 시작하면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데 돌이켜 보면 지난 몇 년 암호화폐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며 난리를 쳤어도 주력 금융권은 항공모함처럼 느리게 시장에 무심한 듯 여유를 부리며 서서히 접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술과 산업의 변화는 조용히 움직이는 고양이처럼 어느 순간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을 느끼게 한다. 다음 한 가지 사례를 통해 기술 환경의 변화가 산업에 미치는 속도와 영향을 살펴보자.
오래전 미국 어느 도시에서 갑자기 지난 10년간 세차장의 매출이 50%가 줄어들었다. 업자들이 줄어드는 매출에 깜짝 놀라 아무리 조사를 해봐도 도저히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차량 대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또 집에서 세차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학자들에게 의뢰해 그 원인을 알아보니, 전혀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스마트 폰의 보급이 늘면서 운전자들이 손쉽게 지역 일기예보를 확인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내일 비가 온다면 세차를 건너뛰는 그런 습관이 사용자 수 증가와 함께 일상화되면서 자연스레 세차장 매출의 반 토막을 불러 온것이다.
이렇게 산업의 발전과 변화는 우리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그러나 빠르게 우리 생활에 파고들어 어느 순간 산업 전반을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MZ 세대 고객들은 이미 기존 베이비붐 세대는 물론 30대, 40대 선배들과 전혀 다른 상품, 새로운 다른 서비스에 빠르게 적응해 가며 스스로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와 산업이 항공모함 규모라고 크기만 자랑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이제는 항공모함보다 빠르고 가벼운 몸집을 지닌 고성능 보트 또는 보트 집단이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이 점점 짧아지는 미래의 더 안전한 투자 대상이 될것이다.
지난 몇년 암호화폐 투기판이 벌어졌다 폭락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그러나 이제 세계 각국 금융당국과 전통의 금융 강자들까지 CBDC 발행에 대비하여 블록체인 기술을 급속도로 받아 들이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반의 CBDC는 조만간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단일 시장 등장을 예고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나타날 미지의 산업구조 개편은 인류 역사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며 이에 대비하여 금융권 역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변화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2021.12월 캐나다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되고나서 1년이나 넘게 지난 최근 월가 주요 금융회사인 찰스 슈왑, 시타델 증권,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등 미국 금융계 거물들이 힘을 합쳐 가상자산 거래소 'EDX Markets(EDXM)'를 조만간 공동 오픈한다는 소식도 들려 온다.
이 거래소는 현재 시범운영 중이며 조만간 정식 오픈 예정으로 본격적인 암호화폐 시장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지난 2월1일 미국 뉴욕의 연방판사가 코인베이스가 등록되지 않은 증권을 판매했으며 브로커-딜러로 등록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집단 소송을 기각하면서 미국 법조계도 서서히 암호화폐에 대한 우호적인 성향을 나타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로 퍼져 세계 기존 경제질서를 바꾸는데 10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2차 산업혁명은 불과 50여년 만에 세계를 바꾸었고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3차 산업혁명의 진행속도는 겨우 20년 만에 전 세계를 모두 연결하여 세계 산업구조를 완전히 바꾸고 이제 메타버스 세계로 빠르게 돌진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메타나 구글, 애플이나 삼성의 경쟁자는 아마존이나 중국이 아니며, 그들의 가장 큰 잠재적 위협 요소는 지금 허름한 창고 한 귀퉁이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 혁신가 두세 명이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5년이었고 에어비앤비도 10년이 안 되는 기간에 세계 최대의 호텔체인을 가뿐이 넘어섰고 우버 역시 짧은 시간에 세계 대다수 자동차 회사가 러브콜을 보내는 거대한 회사가 되었던 사실을 기억하자.
이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전 세계 단일 금융시장이 열리는 지금은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고 향후 구글, 에어비앤비와 같은 세계적인 거대 기업의 등장은 첨단 기술회사가 아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으로 잘 준비된 스타트업 금융회사로부터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국경이 사라지고 24시간, 365일 거래되는 전무후무한 금융시장의 등장은 전 세계 모든 산업군의 거래 형태에 영향을 끼치며 산업의 틀을 흔드는 어마어마한 산업 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업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투자의 대상이 어느 분야인지 명확히 보이는 시점이다.<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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