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대로 죽을 자유를 말하다…영화 '안녕, 소중한 사람'

아테프 감독 "죽음은 금기 대상 아냐…삶의 끝에 관해 얘기하는 계기 되길"
가스파르 울리엘 유작…"감정에 깊이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우리는 죽음에 관해 이야기해야만 해요. 삶의 끝은 금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
8일 개봉하는 영화 '안녕, 소중한 사람'은 죽음을 피하지 않으려는 시한부 환자 엘렌(비키 크리프스 분)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티외(가스파르 울리엘)의 이야기다.

에밀리 아테프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서구 사회에서 죽음은 언제나 비참하고 어둡고 끔찍한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고 이 영화의 밑바닥에 깔린 견해를 밝혔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지극히 슬프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떠나는 사람에게는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를 통해 가까운 사람들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으면 합니다. "
엘렌은 특발성 폐섬유화증 환자다.

폐 조직이 계속 두꺼워지다가 섬유화가 생겨 딱딱해지면 공기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숨을 쉬지 못하고 죽게 되는 병이다.

유일한 방법은 건강한 폐를 이식받는 것이지만, 수술 후 3년 이상 살 수 있는 확률은 50%에 그친다. 엘렌은 남편 마티외에게 "의사들이 내 운명을 결정하는 게 싫다"며 이식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티외는 그런 아내의 선택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넌 그냥 죽는 걸 택한 거야"라는 날카로운 말로 엘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테프 감독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눈 대화가 작품 구상과 연출에 큰 영향을 줬다면서 "살날이 많이 남은 사람은 아픈 사람 혹은 죽음을 앞둔 이들을 이미 죽은 것처럼 취급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엘렌은 사람을 만날수록 비참함을 느낀다.

친구들은 우려와 동정이 섞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엄마는 얼굴만 보면 눈물을 쏟아낸다.

남편 마티외는 같이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하려고 재택근무 시간을 늘려보겠다고 한다.

"저희 어머니는 22년간 다발성경화증을 앓으셨어요.

제가 이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하고 1년 후에는 암에 걸리셨고 2015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와 나눈 많은 대화가 이 영화를 작업하는 동안 제가 올바른 태도를 갖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그들(아프거나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도 에로틱한 욕망과 삶에 대한 욕구가 있고, 주위 사람들이 솔직하게 대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죠."
엘렌에게 위안을 주는 건 자신과 같은 시한부 처지에 놓인 한 남자의 글이다.

'미스터'라는 닉네임을 가진 벤트(비외른 플로베르그)는 블로그에서 자신이 앓고 있는 병과 다가오는 죽음을 농담거리로 삼는다.

그의 장난스러운 태도와 사진 속 풍광에 매료된 엘렌은 벤트를 만나러 홀로 노르웨이를 찾아간다.

감독은 "벤트는 어떻게 죽을지는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인물로 자유 의지를 절대적으로 신봉한다"면서 "어떤 방향도 제시하지 않지만, 그 덕분에 엘렌은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산 사람은 죽음을 앞둔 사람을 이해 못 해요'라는 벤트의 대사는 이 영화의 슬로건과 마찬가지입니다.

마티외라는 인물은 실은 산 사람, 일반 대중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행동을 이해합니다.

마티외는 서툴고, 엘렌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엘렌을 숨 막히게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적인 태도지만 한편 이기적이기도 하죠. 중요한 것은 '엘렌이 무엇을 원하는가'입니다.

"
이 영화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가스파르 울리엘의 유작이라는 점도 강한 울림을 준다.

아테프 감독은 마티외라는 작품 속 이름도 배우 본인이 직접 지은 것이라고 전했다.

"가스파르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어요.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대사도 다듬었죠. 그는 감정에 깊이 빠져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였어요.

대사가 없는 장면에서도 대사가 있을 때만큼 많은 것을 표현해냈고, 육체와 얼굴을 통해 감정을 전달해냈죠."
엘렌을 연기한 비키 크리프스에 대해서는 "놀라운 배우"라며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이랄까.

신체적·심리적으로 독특한 존재감이 있다"고 칭찬했다. 아테프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가 탄탄하며 환하게 빛나는 영화"라며 "한국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연인, 배우자, 친구와 함께 술 한잔하며 서로 감흥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