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주문화] (52)"신과 함께"…정월부터 펼쳐지는 제주의 세시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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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간'부터 입춘굿·영등굿·마을제 다양… 과거·현재 잇는 창
"마을공동체 지탱하는 버팀목…마을축제화 통해 전통 이어가야"
[※ 편집자 주 = 제주에는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으로 생성된 독특한 문화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세대가 바뀌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독특한 문화와 함께 제주의 정체성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고 불안합니다.
근대화 과정에서 후진적이고 변방의 문화에 불과하다며 천대받았던 제주문화.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속에서 피폐해진 정신을 치유하고 환경과 더불어 공존하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제주문화가 재조명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시'라는 우리말은 '하던 것을 되풀이해서'란 뜻 외에 '방법이나 방향을 고쳐서 새로이' 또는 '하다가 그친 것을 계속해서'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다시! 제주문화를 돌아보고 새롭게 계승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연합뉴스는 이번 기획 연재를 통해 제주문화가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계승해 나갈 방법을 고민합니다.
] 제주에는 다른 지역처럼 예부터 1년을 주기로 때마다 행하는 중요한 세시풍속이 있다. 1년 열두 달 중 음력 첫째 달인 정월(正月)부터 갖가지 고유한 행사와 풍습이 이어진다.
제주의 세시풍속은 대체로 제주 섬 곳곳에서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장하는 수많은 신(神)과 깊은 연관이 있다.
비록 젊은 세대는 이러한 풍습이 오늘날 세상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여전히 제주 수많은 마을 공동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랜 세월 이어온 선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창이자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다.
5일 신과 함께 연중 펼쳐지는 제주의 세시풍속을 살펴보자.
정월 초하루인 설날이 지나면 한겨울 추위가 조금씩 누그러지면서 계절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향해 내달린다.
제주 사람들은 혹독한 추위를 벗어나 하루빨리 봄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특정 기간에 맞춰 이사하거나 집수리를 하는 등 새봄맞이 단장을 하곤한다.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제주만의 독특한 풍습인 '신구간'(新舊間)이다.
'신구세관교승기간'(新舊歲官交承期間)의 줄임말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관(官)은 바로 신(神)을 의미한다.
제주에 있는 1만8천 신들이 임무 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기간이 신구간이다.
지난 1년간 지상에 내려와 인간을 수호하던 신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새해를 맞아 새로 부임한 1만8천 신들이 지상에 내려오기 전까지 기간을 일컫는다.
보통 24절기의 하나인 대한(大寒) 이후 5일째(올해 양력 1월 25일)부터 입춘(立春) 전 3일(〃 2월 1일)까지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 밭을 일구고 바다에서 어업활동을 하며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제주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지켜주고 생활에 도움을 주는 신들이 산과 바다, 하늘과 같은 자연환경은 물론, 부엌·화장실·대문 등 집안 곳곳 모든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믿었다.
이러한 탓에 사람들은 이사하거나 집안 수리, 집안 가재도구 하나를 옮기는 것까지 신들의 눈치를 보며 함부로 행하지 못했다.
다만, 신구간은 예외다.
1년 중 신들이 자리를 비운 이 기간에 그동안 미뤄뒀던 일들을 해야만 동티(신의 성냄으로 인한 재앙)가 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신구간이 끝나면 하늘의 1만8천 신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고, 비로소 이 땅에 새봄이 시작된다. '입춘'(立春)을 맞이하는 것이다.
제주에선 탐라국 시대부터 이어져 온 새봄 맞이 풍농굿인 입춘굿을 매우 성대하게 지낸다.
제주의 모든 심방(무당을 뜻하는 제주어)이 모여 고사를 지내고 입춘굿을 하며 백성의 무사안녕과 한 해 농사가 잘되길 제주 신들에게 기원한다.
탐라 시대엔 왕부터 모든 백성이, 조선시대에 들어선 제주목(濟州牧, 조선시대 행정구역상 제주는 제주목·대정현·정의현으로 구분)의 목사(牧使)와 수령에서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는 전 도민이 함께 치르는 고을 굿으로 그 명맥을 이어갔다.
또 제주에는 마을마다 있는 신당(神堂)을 중심으로 신과의 특별한 만남이 이뤄진다.
음력 1월 13일인 지난 3일 제주 신당의 원조 격인 송당리 본향당에선 신과세제(神過歲製)라는 마을제가 열렸다.
새해를 맞아 마을을 지키는 신께 감사의 세배를 올리고 마을의 무사안녕과 풍요, 가정의 행운을 기원하는 당굿이다.
송당리 신과세제에는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과 학자, 예술인, 관광객들도 참여하는 등 많은 관심 속에 굿이 진행됐다. 이른 아침부터 마을 주민들은 대나무로 짠 바구니인 '차롱'에 정성껏 마련한 술과 밥, 과일, 떡, 생선 등을 담아 신에게 바치고, 치성을 드렸다.
심방('무당'을 뜻하는 제주어)은 당굿을 하면서 신이 마을에 자리를 잡아 송당리가 생겨난 유래를 담은 송당본풀이를 노래했다.
굿에서 본풀이를 읊어 신을 칭송하고 신을 기쁘게 함으로써 사람들은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바를 신에게 기원하고 신들이 도와주길 바랐다.
비단 송당리 뿐만 아니라 제주 수많은 마을에서 새해를 맞아 이 같은 당굿이 펼쳐진다.
국내에서도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대부분 사라졌거나 변형된 형태로 일부 남아 있을 뿐이지만 제주에선 여전히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마을의 뿌리를 공유하고, 공동체의 무사안녕을 함께 비는 소박한 믿음을 이어가며 신앙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이 마을과 각 가정을 지켜주는 건 물론 농사와 해상 안전, 치병(治病), 산육(産育) 등을 관장한다고 믿는 제주의 당신앙은 마을을 중심으로 전승된다.
이 과정에서 대대로 제주 사람들은 신앙을 통해 형성된 마을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신과의 만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마다 음력 2월 초하룻날이 되면 바람의 신인 '영등할망'이 아득히 먼 바람의 궁전에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제주를 찾는다.
구름치마를 휘날리며 바람을 몰고 온 영등할망은 보름 동안 제주 섬 곳곳에 풍요와 생명의 '씨 뿌림'을 한다.
경작지에는 곡식 씨앗을, 바닷가에는 소라·전복·우뭇가사리·미역 등 온갖 생명의 씨앗을 뿌리고 복숭아꽃·동백꽃을 피워 봄기운을 돋운다.
제주의 무수한 신들과 조우한 영등할망은 열닷새째 우도를 거쳐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간다.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제주 각 마을에선 보름 동안 영등굿을 통해 다시 제주를 찾은 신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올 한해 풍요를 간절히 기원하며 봄을 반긴다.
신과세제, 영등굿 외에도 하절기에는 장마철 곰팡이가 슬어 눅눅해진 신당과 신의(神衣)를 꺼내 말리는 의례인 마불림제, 풍년 농사에 보답하기 위해 본향신에게 감사드리는 추수 감사 의례인 '시만국대제' 등이 이어진다. 이외에도 어업·농업·목축 등 생업과 관련해 다양한 마을제가 열린다.
말과 소 등 목축의 풍요를 기원하는 테우리('목동'을 뜻하는 제주어) 고사가 중산간 마을을 중심으로, 풍어(豊漁)와 조업 안전을 염원하는 해신제와 잠수굿이 바닷가 마을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개인, 가정, 마을 공동체에 크고 작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큰굿, 작은 굿의 형태로 신을 찾는다.
사실상 1년 12달 내내 신과 함께하는 셈이다.
제주전통문화연구소 문봉순 연구실장은 "마을제 형식으로 이뤄지는 여러 제주의 세시풍속은 마을공동체를 지탱하는 버팀목으로서 큰 역할을 한다"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유대관계가 약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와 올해 마을제를 조사하면서 느끼는 부분은 이주민이 늘고 세대가 젊어지면서 마을제의 형식을 간소화해 누구나 함께 즐기는 마을축제화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시도가 있었다.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전통을 잇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마을공동체 지탱하는 버팀목…마을축제화 통해 전통 이어가야"
[※ 편집자 주 = 제주에는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으로 생성된 독특한 문화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세대가 바뀌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독특한 문화와 함께 제주의 정체성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고 불안합니다.
근대화 과정에서 후진적이고 변방의 문화에 불과하다며 천대받았던 제주문화.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속에서 피폐해진 정신을 치유하고 환경과 더불어 공존하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제주문화가 재조명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시'라는 우리말은 '하던 것을 되풀이해서'란 뜻 외에 '방법이나 방향을 고쳐서 새로이' 또는 '하다가 그친 것을 계속해서'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다시! 제주문화를 돌아보고 새롭게 계승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연합뉴스는 이번 기획 연재를 통해 제주문화가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계승해 나갈 방법을 고민합니다.
] 제주에는 다른 지역처럼 예부터 1년을 주기로 때마다 행하는 중요한 세시풍속이 있다. 1년 열두 달 중 음력 첫째 달인 정월(正月)부터 갖가지 고유한 행사와 풍습이 이어진다.
제주의 세시풍속은 대체로 제주 섬 곳곳에서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장하는 수많은 신(神)과 깊은 연관이 있다.
비록 젊은 세대는 이러한 풍습이 오늘날 세상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여전히 제주 수많은 마을 공동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랜 세월 이어온 선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창이자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다.
5일 신과 함께 연중 펼쳐지는 제주의 세시풍속을 살펴보자.
정월 초하루인 설날이 지나면 한겨울 추위가 조금씩 누그러지면서 계절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향해 내달린다.
제주 사람들은 혹독한 추위를 벗어나 하루빨리 봄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특정 기간에 맞춰 이사하거나 집수리를 하는 등 새봄맞이 단장을 하곤한다.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제주만의 독특한 풍습인 '신구간'(新舊間)이다.
'신구세관교승기간'(新舊歲官交承期間)의 줄임말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관(官)은 바로 신(神)을 의미한다.
제주에 있는 1만8천 신들이 임무 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기간이 신구간이다.
지난 1년간 지상에 내려와 인간을 수호하던 신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새해를 맞아 새로 부임한 1만8천 신들이 지상에 내려오기 전까지 기간을 일컫는다.
보통 24절기의 하나인 대한(大寒) 이후 5일째(올해 양력 1월 25일)부터 입춘(立春) 전 3일(〃 2월 1일)까지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 밭을 일구고 바다에서 어업활동을 하며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제주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지켜주고 생활에 도움을 주는 신들이 산과 바다, 하늘과 같은 자연환경은 물론, 부엌·화장실·대문 등 집안 곳곳 모든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믿었다.
이러한 탓에 사람들은 이사하거나 집안 수리, 집안 가재도구 하나를 옮기는 것까지 신들의 눈치를 보며 함부로 행하지 못했다.
다만, 신구간은 예외다.
1년 중 신들이 자리를 비운 이 기간에 그동안 미뤄뒀던 일들을 해야만 동티(신의 성냄으로 인한 재앙)가 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신구간이 끝나면 하늘의 1만8천 신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고, 비로소 이 땅에 새봄이 시작된다. '입춘'(立春)을 맞이하는 것이다.
제주에선 탐라국 시대부터 이어져 온 새봄 맞이 풍농굿인 입춘굿을 매우 성대하게 지낸다.
제주의 모든 심방(무당을 뜻하는 제주어)이 모여 고사를 지내고 입춘굿을 하며 백성의 무사안녕과 한 해 농사가 잘되길 제주 신들에게 기원한다.
탐라 시대엔 왕부터 모든 백성이, 조선시대에 들어선 제주목(濟州牧, 조선시대 행정구역상 제주는 제주목·대정현·정의현으로 구분)의 목사(牧使)와 수령에서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는 전 도민이 함께 치르는 고을 굿으로 그 명맥을 이어갔다.
또 제주에는 마을마다 있는 신당(神堂)을 중심으로 신과의 특별한 만남이 이뤄진다.
음력 1월 13일인 지난 3일 제주 신당의 원조 격인 송당리 본향당에선 신과세제(神過歲製)라는 마을제가 열렸다.
새해를 맞아 마을을 지키는 신께 감사의 세배를 올리고 마을의 무사안녕과 풍요, 가정의 행운을 기원하는 당굿이다.
송당리 신과세제에는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과 학자, 예술인, 관광객들도 참여하는 등 많은 관심 속에 굿이 진행됐다. 이른 아침부터 마을 주민들은 대나무로 짠 바구니인 '차롱'에 정성껏 마련한 술과 밥, 과일, 떡, 생선 등을 담아 신에게 바치고, 치성을 드렸다.
심방('무당'을 뜻하는 제주어)은 당굿을 하면서 신이 마을에 자리를 잡아 송당리가 생겨난 유래를 담은 송당본풀이를 노래했다.
굿에서 본풀이를 읊어 신을 칭송하고 신을 기쁘게 함으로써 사람들은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바를 신에게 기원하고 신들이 도와주길 바랐다.
비단 송당리 뿐만 아니라 제주 수많은 마을에서 새해를 맞아 이 같은 당굿이 펼쳐진다.
국내에서도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대부분 사라졌거나 변형된 형태로 일부 남아 있을 뿐이지만 제주에선 여전히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마을의 뿌리를 공유하고, 공동체의 무사안녕을 함께 비는 소박한 믿음을 이어가며 신앙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이 마을과 각 가정을 지켜주는 건 물론 농사와 해상 안전, 치병(治病), 산육(産育) 등을 관장한다고 믿는 제주의 당신앙은 마을을 중심으로 전승된다.
이 과정에서 대대로 제주 사람들은 신앙을 통해 형성된 마을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신과의 만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마다 음력 2월 초하룻날이 되면 바람의 신인 '영등할망'이 아득히 먼 바람의 궁전에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제주를 찾는다.
구름치마를 휘날리며 바람을 몰고 온 영등할망은 보름 동안 제주 섬 곳곳에 풍요와 생명의 '씨 뿌림'을 한다.
경작지에는 곡식 씨앗을, 바닷가에는 소라·전복·우뭇가사리·미역 등 온갖 생명의 씨앗을 뿌리고 복숭아꽃·동백꽃을 피워 봄기운을 돋운다.
제주의 무수한 신들과 조우한 영등할망은 열닷새째 우도를 거쳐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간다.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제주 각 마을에선 보름 동안 영등굿을 통해 다시 제주를 찾은 신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올 한해 풍요를 간절히 기원하며 봄을 반긴다.
신과세제, 영등굿 외에도 하절기에는 장마철 곰팡이가 슬어 눅눅해진 신당과 신의(神衣)를 꺼내 말리는 의례인 마불림제, 풍년 농사에 보답하기 위해 본향신에게 감사드리는 추수 감사 의례인 '시만국대제' 등이 이어진다. 이외에도 어업·농업·목축 등 생업과 관련해 다양한 마을제가 열린다.
말과 소 등 목축의 풍요를 기원하는 테우리('목동'을 뜻하는 제주어) 고사가 중산간 마을을 중심으로, 풍어(豊漁)와 조업 안전을 염원하는 해신제와 잠수굿이 바닷가 마을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개인, 가정, 마을 공동체에 크고 작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큰굿, 작은 굿의 형태로 신을 찾는다.
사실상 1년 12달 내내 신과 함께하는 셈이다.
제주전통문화연구소 문봉순 연구실장은 "마을제 형식으로 이뤄지는 여러 제주의 세시풍속은 마을공동체를 지탱하는 버팀목으로서 큰 역할을 한다"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유대관계가 약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와 올해 마을제를 조사하면서 느끼는 부분은 이주민이 늘고 세대가 젊어지면서 마을제의 형식을 간소화해 누구나 함께 즐기는 마을축제화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시도가 있었다.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전통을 잇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