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불황은 우수 인재 영입의 가장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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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수 이랜드 복지재단 이사장 前 이랜드 CHO요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감원 바람이 거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되돌아보면, 규모는 다르지만 이런 일들은 고대 시대에 홍수가 나고 강이 범람하는 것처럼 반복해 일어난 일이다. 일부 기업들은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지금이 가장 큰 위기’라는 생각으로 경영을 한다. 최고경영자가 그런 자세를 갖고 일하기에 조직 전체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매진해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거대한 경제 사이클이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 경제 사이클은 누구라도 피해 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 사이클과 함께 생각할 것이 바로 인재 사이클이다. 이 두 사이클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가 호황이면 인재도 호황이라는 순풍을 탄다. 불황은 정확히 그 반대다. 그러나 실제로 들여다보면 경제 사이클과 인재 사이클은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여기에 기회가 있다.
불황 국면을 지나면서 눈에 띄게 성과를 보인 식음료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불황이 오자 일반적인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업을 확장하던 것을 중단했다. 대신, 불황일수록 핵심 역량과 핵심 사업에 집중해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한 단계 더 깊이 분석해 보니, 식음료 사업에서의 핵심은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났다. 바로 맛으로 차별화하는 것이고 이 일을 해내는 것은 결국 시장에서 확실한 성공 경험을 한 핵심 인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사 책임자는 다른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시간의 80%를 맛 해결사를 찾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해결사를 찾아도 그들을 모셔 오는 것은 또 다른 어려운 작업이었고 시간도 꽤 걸렸다. 다만, 호황 때와 비교하면 에너지가 훨씬 적게 들었고, 자원 투자도 크지 않았다. 맛의 특성상 해결사가 들어간 몇 곳에서 곧바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불황이라고 움츠러들지 않고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 지혜로운 결정이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불황은 우수 인재 영입에 가장 좋은 기회다. 경제위기나 불황을 만나면 채용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잘나가는 것 같았던 기업이 자금상의 문제로 다른 기업에 인수되거나 일부 사업을 철수하는 일도 생긴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서 더 이상 투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핵심 인재들이 그동안 일해온 직장에서 비전 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시기다. 그러나 수요 공급의 원리상 이때가 좋은 인재를 구할 최적의 시기다. 불황의 시기에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저평가된 가치주를 찾는 것과 유사하다. 남들이 인재 선발에 겁을 먹고 있을 때가 가치 있는 인재를 찾을 시점인 것이다. 경제 사이클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인재 사이클은 그 반대로 돌아간다는 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 물론 투자할 수 있는 자원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평소에 너무 여유 있는 인력 운영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호황은 정예화에 집중할 기회다. 호황일 때는 대부분의 기업이 선발을 늘리기에 우수 인재를 영입할 확률이 줄어들고 인재 투자 비용은 올라간다. 이때는 정예화에 주의를 기울일 시기다. 기업 입장에서는 잘 맞지 않는 직원들이 미리 적절한 직장을 찾아가도록 해주는 것이 리스크가 작으며, 직원 입장에서도 그만둘 경우 이동할 직장이 상대적으로 많다. 경제위기나 불황이 오면 개인의 방어기제가 올라가고 기업도 더 움츠러들기에 인력 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 없게 되는 법이다.
불황기에 비용 절감을 위해 인재에 손을 댄다면 이미 늦은 것이고 조직의 사기와 생산성만 더 떨어뜨릴 뿐이다. 피터 드러커도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은 잘못된 것이며 유일한 비용 절감 방책은 업무를 개혁하는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불황과 호황은 늘 있는 법이다. 각각의 시기를 인재 경영의 시각으로 보고 미리 생각한다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뿐더러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다. 경제 사이클과 인재 사이클은 반비례 관계다. 여기에 지혜자의 비밀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