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우영우'의 날카로운 추리…미스터리 소설에 따뜻함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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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타 프로스 국내 출간지난해 한국에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이 불 때 미국에선 <메이드>란 책이 화제였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이 책의 주인공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스물다섯 살 호텔 메이드 ‘몰리’다.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소설이자 주변의 격려로 난관을 극복하는 휴먼 드라마다. “사랑스러운 괴짜를 중심으로 한 따뜻한 미스터리”라는 평이 붙은 이유다. 최근 이 책의 한국어판이 나왔다.
자폐 주인공의 살인사건 해결기
美 돌풍…출간 전 영화화 결정
5성급 리전시그랜드호텔에서 메이드로 일하는 몰리는 소통 장애를 갖고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말실수를 한다. 학창 시절엔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였고, 지금도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없다. 그런 몰리를 유일하게 감싸주던 할머니가 몇 개월 전 세상을 떠나면서 진짜 혼자가 된다.강박적인 성격 탓에 메이드로는 완벽하다. 객실을 완전무결한 상태로 청소해 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악명 높은 부동산 거물 찰스 블랙의 스위트룸을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그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몰리는 용의자로 의심받고, 자신이 함정에 빠진 걸 알게 된다.
몰리의 남다른 능력은 이때부터 발휘된다. 뛰어난 기억력이다. 몰리는 호텔에서 누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누구와 있었는지, 어떤 잠버릇이 있는지 기억한다.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몰리는 블랙의 사인을 밝혀줄 단서를 찾아 나선다.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따뜻한 성품을 지닌 몰리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몰리를 응원하게 된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몰리의 입을 통해 모든 이야기가 서술된다는 점이다. 몰리가 하는 말을 다 믿어도 될까. 우리에게 빠뜨리고 안 한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묘미가 여기에 있다.<메이드>는 작가 니타 프로스의 데뷔작이다. 그는 2004년부터 여러 출판사에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편집자다. 지금도 캐나다 출판사에서 부사장 겸 편집장을 맡고 있다. 데뷔작인데도 이야기의 구성이 탄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영화 제작이 결정됐다. ‘레이디 맥베스’ 등에서 주연을 한 플로렌스 퓨가 몰리 역을 맡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