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부킹 어려울 것"…하락하던 골프장 회원권값 다시 뛴다

훈풍 부는 골프회원권 시장
수도권·중저가부터 들썩

급매물 쏟아지던 회원권 시장
작년말 바닥 찍고 두달연속 상승

자유CC 2억8000만원 신고가
기흥CC는 두달 만에 10% 올라
화산CC 7.7억원서 9억원으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던 골프 회원권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 말 바닥을 찍은 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수도권 골프장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쏟아지던 급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되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회원권 매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중저가에 실수요자 몰려

국내 최대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인 에이스회원권이 5일 공개한 2월 골프장 회원권 종합지수(ACEPI) 평균지수는 1221이다. 지난해 12월 1190으로 바닥을 찍은 뒤 지난달 1202로 반등한 데 이어 두 달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직전 최고점인 지난해 8월(1346)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지난해 1월(1251)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 지수는 2005년 1월 1일에 파악한 국내 모든 골프장의 회원권 시세를 기준점(1000)으로 매월 등락 수준을 수치화한 것이다.

최근 가격 상승세를 이끈 것은 2억~5억원대의 수도권 중저가 회원권이다. 지난해 2월 2억7000만원에 거래된 후 2억원대 중반을 유지해온 자유CC는 최근 2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억1900만원에 거래된 기흥CC는 2억4166만원으로 올랐다. 3억원대 초반의 지산CC, 1억원대 후반의 태광CC 등도 전달보다 1000만~2500만원 오른 가격에 손바뀜됐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본부장은 “지난해 8월 이후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세가 뚜렷했지만 급매물이 정리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수도권, 중저가 골프장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골프회원권 가격을 끌어올린 건 차익을 노린 투자였다. 골프회원권을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투자대상으로 삼은 기업과 개인의 수요가 많았다는 얘기다. 최근 매수세는 대부분 실수요자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움직임이 진정되자 ‘매수 타이밍’을 기다리던 실수요자가 행동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올해 도입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시법)도 회원권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새로운 체시법에 따라 기존 대중제 골프장은 지금처럼 세금혜택을 받되 그린피를 정부 요구대로 떨어뜨려야 하는 ‘대중형 골프장’과 세금혜택을 받지 않는 대신 그린피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는 ‘비회원제 골프장’으로 나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그린피가 저렴한 지방 골프장은 대중형으로 남겠지만, 골프장 조성에 큰 돈을 쓴 상당수 수도권 골프장은 그린피를 낮출 여력이 없어 비회원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골프장의 그린피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 관계자는 “체시법에 따라 대중형·비회원제 골프장이 유사회원권을 발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참에 합리적인 가격의 회원권을 확보하자’는 골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바닥 다졌다” 고가 회원권도 꿈틀

지난해 8월 이후 회원권 가격 하락을 주도했던 고가 회원권에도 반등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스트밸리CC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23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 연말 15억5000만원까지 떨어진 곳이다.이곳은 최근 2억8000만원 오른 17억8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지난해 8월 2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가 지난 연말 15억원대까지 떨어진 남촌CC는 이달 18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지난 연말 7억7000만원대에 팔린 화산CC 회원권은 9억원을 회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고가 회원권은 실거래까지 이어지지 못했지만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매수 문의가 늘어나면서 거래가 성사됐다”고 전했다. 지난여름 이후 시장을 관망하던 수요들이 어느 정도 바닥을 다졌다고 판단하고 매수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회원권이 오른다는 건 올해 골프시장이 예상보다 좋을 수 있다는 신호란 분석도 나온다. 이 본부장은 “실수요자가 회원권을 찾는다는 건 ‘골프 부킹 난’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지방 골프장은 아직도 겨울이다. 코로나19 때 가장 많이 오른 충청권은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 골프투어가 재개되면서 떨어진 제주도 회원권도 지난 연말 가격에서 뛰어오르지 못하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