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에 유럽 방위력 증강?…오히려 美 리더십에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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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마크롱 내세운 '유럽 전략적 자율성'에 '빈말' 진단
독일은 탱크 지원 결정 미국에 미뤄…동유럽 불신 유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 국가들 사이에 상호불신이 뚜렷해지면서 안보 문제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5일자 기사에서 "스스로 방위력을 키울 것으로 기대되던 유럽이 그렇게 하지 않고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런 분석을 내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냉전 종식 이래 유럽 안보에 가장 큰 도전이었으나 유럽은 자력으로 방위체계를 강화할 기회를 놓쳤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동맹국들을 이끌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조직해 내고 군사 장비와 정보 제공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단계별로 우크라이나가 어떤 무기는 받을 수 있고 어떤 무기는 받을 수 없는지 정한 것도 미국이었다.
최근 독일이 레오파르트 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한다고 폴란드와 영국이 강하게 압박했으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고집스럽게 이런 요청을 거부했다.
숄츠 총리는 미국이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하고 나서야 레오파르트 2 제공을 결정했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 미국외교협회(CFR)에 근무하는 독일 출신 분석가 리아나 픽스는 미국의 리더십이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자국의 이익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며 "유럽 측은 자체적으로 리더십을 키울 인센티브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에는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미국과 EU의 관계를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와 그 아이의 관계에 비유하고 "이 문제로 미국이 계속 시달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역시 이 문제로 계속 시달릴 수 있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EU 지도자들이 지난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으나, 실제로 한 일은 거의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언젠가는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약속한 것이 고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EU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실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해 상당한 규모의 원조를 제공하긴 했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1년 전인 2021년 2월 주장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European strategic autonomy)"이라는 구호, 즉 EU가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행동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표는 빈말에 불과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는 유럽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식으로 종결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날카롭게 갈리고, 심지어 현재와 미래에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도 의견 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직을 맡은 경력이 있는 찰스 쿱천 조지타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NYT에 일관성 있는 유럽 대외정책이 없이는 진짜 유럽 공동 방위체제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인들 사이에 새로운 단결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새로운 균열을 만들기도 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미국에서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미라면, (유럽의) '자율성'을 (유럽인들 스스로가) 그다지 바라지 않는다"며 "이번 전쟁을 계기로 유럽에서 미군 주둔의 중요성과 이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유럽 동맹국들에 제공해 온 보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중앙유럽인들과 동유럽인들, 그리고 발트해 국가들과 영국은 '유럽의 자율적 방위를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늘 불신해 왔으며, 미국이 유럽의 안보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에 계속 관여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들은 미국의 핵우산이야말로 러시아를 억제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도구라고 여긴다. 이들은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미온적 태도를 취한 점을 기억하고 있어 불신감을 품고 있다.
쿱천 교수는 미국이 이런 상황을 한탄하든 하지 않든 "이번 전쟁은 유럽에서 미군 주둔의 유통기한을 앞으로 상당히 오래 연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기가 내놓은 유럽의 자율성이라는 개념의 신빙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며 마크롱이 푸틴에 대해 석연치 않은 언행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마크롱은 올해 6월에 전투가 중단될 경우 외교적 출구전략을 만들 수 있기 위해 푸틴에게 굴욕을 안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 전쟁 후 새로운 유럽의 안보질서는 러시아를 포괄해야 한다고도 했다.
라스무센 전 총장은 마크롱의 이런 언행이 동유럽에서 의심을 불러일으켰으며 마크롱이 주장한 '유럽의 자율성'이라는 발상의 추진 동력도 없애 버렸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응하는 공통의 방안에 합의할 수 없는 한, 나머지 국가들이 대서양 건너편의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숄츠 총리가 독일의 방위 정책에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자기들대로 중앙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가 확전에 나설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이들을 자제시키기 위해 미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게 CFR 픽스 연구원의 지적이다.
즉 양측 모두 중재자 역할을 워싱턴이 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숄츠 독일 총리 사이의 관계는 서로 매우 차가우며, 두 사람 모두 개별적으로든 함께로든 필요한 리더십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분석가들의 진단이다.
/연합뉴스
독일은 탱크 지원 결정 미국에 미뤄…동유럽 불신 유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 국가들 사이에 상호불신이 뚜렷해지면서 안보 문제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5일자 기사에서 "스스로 방위력을 키울 것으로 기대되던 유럽이 그렇게 하지 않고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런 분석을 내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냉전 종식 이래 유럽 안보에 가장 큰 도전이었으나 유럽은 자력으로 방위체계를 강화할 기회를 놓쳤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동맹국들을 이끌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조직해 내고 군사 장비와 정보 제공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단계별로 우크라이나가 어떤 무기는 받을 수 있고 어떤 무기는 받을 수 없는지 정한 것도 미국이었다.
최근 독일이 레오파르트 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한다고 폴란드와 영국이 강하게 압박했으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고집스럽게 이런 요청을 거부했다.
숄츠 총리는 미국이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하고 나서야 레오파르트 2 제공을 결정했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 미국외교협회(CFR)에 근무하는 독일 출신 분석가 리아나 픽스는 미국의 리더십이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자국의 이익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며 "유럽 측은 자체적으로 리더십을 키울 인센티브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에는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미국과 EU의 관계를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와 그 아이의 관계에 비유하고 "이 문제로 미국이 계속 시달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역시 이 문제로 계속 시달릴 수 있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EU 지도자들이 지난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으나, 실제로 한 일은 거의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언젠가는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약속한 것이 고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EU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실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해 상당한 규모의 원조를 제공하긴 했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1년 전인 2021년 2월 주장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European strategic autonomy)"이라는 구호, 즉 EU가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행동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표는 빈말에 불과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는 유럽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식으로 종결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날카롭게 갈리고, 심지어 현재와 미래에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도 의견 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직을 맡은 경력이 있는 찰스 쿱천 조지타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NYT에 일관성 있는 유럽 대외정책이 없이는 진짜 유럽 공동 방위체제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인들 사이에 새로운 단결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새로운 균열을 만들기도 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미국에서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미라면, (유럽의) '자율성'을 (유럽인들 스스로가) 그다지 바라지 않는다"며 "이번 전쟁을 계기로 유럽에서 미군 주둔의 중요성과 이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유럽 동맹국들에 제공해 온 보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중앙유럽인들과 동유럽인들, 그리고 발트해 국가들과 영국은 '유럽의 자율적 방위를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늘 불신해 왔으며, 미국이 유럽의 안보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에 계속 관여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들은 미국의 핵우산이야말로 러시아를 억제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도구라고 여긴다. 이들은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미온적 태도를 취한 점을 기억하고 있어 불신감을 품고 있다.
쿱천 교수는 미국이 이런 상황을 한탄하든 하지 않든 "이번 전쟁은 유럽에서 미군 주둔의 유통기한을 앞으로 상당히 오래 연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기가 내놓은 유럽의 자율성이라는 개념의 신빙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며 마크롱이 푸틴에 대해 석연치 않은 언행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마크롱은 올해 6월에 전투가 중단될 경우 외교적 출구전략을 만들 수 있기 위해 푸틴에게 굴욕을 안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 전쟁 후 새로운 유럽의 안보질서는 러시아를 포괄해야 한다고도 했다.
라스무센 전 총장은 마크롱의 이런 언행이 동유럽에서 의심을 불러일으켰으며 마크롱이 주장한 '유럽의 자율성'이라는 발상의 추진 동력도 없애 버렸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응하는 공통의 방안에 합의할 수 없는 한, 나머지 국가들이 대서양 건너편의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숄츠 총리가 독일의 방위 정책에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자기들대로 중앙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가 확전에 나설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이들을 자제시키기 위해 미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게 CFR 픽스 연구원의 지적이다.
즉 양측 모두 중재자 역할을 워싱턴이 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숄츠 독일 총리 사이의 관계는 서로 매우 차가우며, 두 사람 모두 개별적으로든 함께로든 필요한 리더십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분석가들의 진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