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 온다…'애플페이' 현대카드 없으면 못 쓰나? [빈난새의 한입금융]

다음달 국내 출시 예상
'애플페이' 궁금증 Q&A
/게티이미지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이 확정됐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일 청신호를 주면서 다음달 중에는 애플페이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플페이는 모바일 기기를 갖다대기만 하면 실물 카드나 별도 인증 없이 결제가 끝나는 비접촉식 간편결제 서비스입니다. 삼성 갤럭시폰에서 되는 삼성페이처럼 아이폰·애플워치 등 애플 기기로 쓸 수 있습니다. 2014년 첫 출시 이후 세계 75개국에서 쓰이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제 도입을 앞뒀습니다. 그래서 애플페이가 들어오면 어떻게 된다는 걸까요? 애플페이는 어디서 어떻게 쓸 수 있는지, 교통카드 기능은 없는지, 현대카드가 아닌 다른 카드는 쓸 수 없는지 등등 이런저런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언제부터, 어디서 쓸 수 있나

현재 계획대로라면 다음달 초중순에는 서비스가 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잠정' 일정이어서 또 바뀔 수는 있습니다.

정부 승인만 떨어지면 바로 개시될 것으로 기대했던 분들에겐 아쉬운 소식이지만, 서비스를 준비 중인 애플코리아와 현대카드도 아직 마무리해야 할 작업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애플페이 결제를 위해 꼭 필요한 NFC(근거리 무선통신) 단말기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가맹점에 보급하는 일입니다. 애플페이는 비접촉 결제를 위해 NFC 방식을 씁니다. NFC는 특정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 10cm 안팎의 짧은 거리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인데, 이를 위해선 따로 NFC 기능을 갖춘 단말기가 필요합니다. NFC 단말기가 있는 가맹점에서만 애플페이를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카드 결제가 가능한 대부분 가맹점은 아직 마그네틱 신용카드를 긁어서 결제하는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과, 카드를 꽂아서 결제하는 IC칩 방식의 단말기를 쓰고 있습니다. NFC 단말기의 보급률은 10% 안팎에 그친다고 합니다. 결국 애플페이 출시 전까지 NFC 단말기 보급률을 조금이라도 높이지 않으면 애플페이는 시장에 나와도 사용자들로부터 '쓸 곳이 없다'는 불만을 살 수 있습니다.

이제 법률상 불확실성도 해소된 만큼 현대카드는 서비스 개시 전까지 최대한 많은 가맹점에 NFC 결제를 위한 단말기 설치 및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결제가 잘 이뤄지는지 점검 기간도 필요하고요. 애플이 국내 발급 카드도 애플페이에 등록하고 결제가 가능하도록 운영체제(iOS) 업데이트도 해야 합니다. 약 한 달 동안 이런 준비 작업을 거치면 다음달 초중순께 실제 출시가 될 전망입니다. 현재 GS25·CU·이마트24 등 전국 편의점과 코스트코, 이마트, 롯데마트, 이디야, 스타벅스, 메가커피,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은 NFC 단말기를 구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페이 출시가 확정되면서 다른 대형 가맹점들도 단말기 도입에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 가맹점 일부도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과 동반성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NFC 단말기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EMV 비접촉식 결제 기호.
내가 결제하려는 가맹점이 NFC 결제를 지원하는지 여부를 보려면 단말기에 와이파이 모양의 비접촉식 결제 기호가 있는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다만 NFC 단말기라고 100%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것은 또 아니기 때문에 먼저 물어보셔야 할 수 있습니다.

현대카드 없으면 못 쓰나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에서 애플페이에 등록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당분간 현대카드로 제한됩니다. 한동안은 현대카드 이용자만 애플페이를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대카드는 이번에 애플페이 도입 관련 금융당국의 유권 해석을 받는 과정에서 최초 계약 때 애플과 합의했던 국내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래는 일정 기간 애플페이를 독점 제공하는 조건으로 애플과 계약을 맺었지만, 법 위반 없이 주요 가맹점에 NFC 단말기 설치를 지원해주려면 독점권을 포기해야 했다는 후문입니다. NFC 단말기 확대는 애플페이 초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필수 조건이니, 어렵게 애플페이를 들여온 현대카드로선 배타적 사용권보다 더 필요했을 겁니다.

현대카드의 독점 제휴가 깨졌다면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를 서비스할 수 있다는 뜻 아니냐 하실 텐데요. 원칙적으로는 물론 맞는 말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당장 그렇진 않습니다. 다른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제공하려면 애플과 새로 협상을 거쳐 별도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 3일 인스타그램에 '오늘의 점심'이라며 사과 한 입을 베어 문 사진을 게시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A 카드사 관계자는 "이전에도 수년간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여러 카드사들의 시도가 있었지만 애플이 요구하는 계약 조건이 워낙 만만치 않아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제도적 정비가 끝난 지금은 과거보단 분명 수월한 상황이지만, 지금부터 검토를 하더라도 회사간 계약이 그렇게 즉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분간은 현대카드의 '사실상 독점' 환경이 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B 카드사 관계자는 "NFC 단말기 보급 비용, 애플페이 도입 후 실제 파급효과, 수수료 비용에 따른 수익성 등 따져봐야 할 점이 많다"며 "장기적으로야 모든 카드사가 애플페이 출시를 준비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짙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대카드면 다 되나

서비스가 시작되면 현대카드 이용자는 누구나 애플페이에 카드를 등록하고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당초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전용 카드(PLCC)'를 만들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카드 종류에 관계 없이 등록하고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국내 전용 카드나 해외 겸용 카드 모두 이용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비자·마스터카드 등 해외 브랜드가 함께 적힌 해외 겸용 카드만 등록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국내 전용 카드도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페이 등록·결제에 필요한 토큰을 제공하는 사업자(TSP)가 국내 전용 카드에 대해서도 토큰을 발행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 기사에서도 2023년 2월 7일 추가 확인 내용을 반영해 수정하였습니다.)

신용카드가 아닌 현대카드 발급 체크카드도 마찬가지로 등록 가능합니다. 현대카드는 SC제일은행과 제휴해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있습니다.

교통카드는 안되나

애플페이를 기다려온 많은 소비자들은 교통카드 기능도 탑재되길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당장은 쓸 수 없습니다.

애플페이를 교통카드로 쓰려면 티머니·캐시비 같은 교통카드 회사가 별도로 애플과 직접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버스와 지하철에 달린 교통카드 단말기 대부분은 NFC 기능이 있는데도 애플페이는 쓸 수 없는 게 이런 이유입니다.

작년 말 티머니가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 필요한 NFC 국제 결제 표준인 EMV 인증을 받으면서 소비자들의 기대를 달궜지만, 이와 무관하게 애플페이 지원은 아직 안 되는 상태입니다.

단,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업계에선 교통카드 회사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곳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청신호를 준 금융당국에서도 '이왕이면 교통카드 기능까지 되는 게 소비자 편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기류가 감지된다고 합니다.

삼성페이와 뭐가 다른가

삼성페이와 애플페이는 둘 다 스마트폰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비접촉 간편결제 서비스입니다. 단 이용하는 기술이 조금 다릅니다. 애플페이는 NFC 방식만 지원하는 반면 삼성페이는 NFC 방식과 MST(마그네틱보안전송) 방식을 모두 지원합니다. NFC는 전자기기 내 칩에 적힌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라면, MST는 옛 신용카드처럼 마그네틱 띠에 내장된 정보를 읽어서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최신 단말기가 필요한 NFC와 달리 삼성페이의 MST 방식은 옛 마그네틱 카드를 긁어서 결제하는 기존 단말기에서도 비접촉 결제가 가능합니다. 스마트폰이 신용카드 마그네틱 띠와 같은 기능을 하도록 구현해 이미 기존 가맹점에 깔려있는 구식 단말기로도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삼성페이가 초기 장애물 없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다만 국제 간편결제 시장에선 NFC가 이미 대세가 됐습니다. 정보 전송 속도가 훨씬 빠르고 보안성도 더 높기 때문입니다. 삼성페이로 MST 단말기에서 결제할 땐 단말기에 휴대폰을 갖다대고 결제가 끝나기까지 2~3초 가량이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NFC 결제는 거의 즉시 결제가 완료됩니다. 교통카드를 찍을 때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소비자 비용은 없나

애플페이는 제휴 은행이나 카드사에 애플페이 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결제 건당 부과하고 있습니다. 별도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삼성페이와 다른 점입니다. 수수료율은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체계가 가장 단순한 미국에선 건당 0.15%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카드도 비슷한 수준으로 계약을 했다면 카드사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0.5~1.5%임을 고려하면, 기존에 거둬들이던 수수료 수입의 10~30%를 애플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점유율·매출 상승의 이득이 이 비용보다 작다면 카드사의 수익성 측면에선 손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수수료가 중요한 건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애플페이가 미국에서 처음 출시됐을 때 처음 소비자들 사이에선 "자판기에서 1달러짜리 상품을 샀는데 1.25달러가 결제됐다"거나 "어떤 가맹점에선 애플페이로 결제하면 10센트를 추가로 받는다"는 등의 말이 많았습니다. 은행이나 카드사들이 수수료 일부를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물린 겁니다.

금융위는 이를 우려해 "카드사가 애플페이와 관련된 수수료 등의 비용을 고객(약관에 반영) 또는 가맹점(기존 법령해석)에 부담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최소한 명시적으로 수수료를 전가하는 일은 없을 전망입니다. 대신 장기적으로 카드 이용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카드사 입장에서 0.15%의 수수료는 상당한 부담으로, 이는 고객 혜택 축소나 높은 연회비 등의 방식으로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동안 없던 수수료에 대한 일부 도소매점이나 자영업 및 이용자의 심리적 반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