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백, 슈퍼볼 대신 골프대회 우승컵 들어올리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애런 로저스(40·미국)는 이번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페블비치가 아닌, 애리조나에 있어야 했다. 그린베이 패커스의 쿼터백인 그의 가장 큰 꿈인 NFL 결승전인 '슈퍼볼'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린베이가 8강에서 탈락하면서 로저스는 '플랜B'로 페블비치행을 택했다. 그리고 풋볼에서 못다 이룬 우승을 따냈다. 로저스가 6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아마추어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이날 대회 3라운드에서 벤 실버먼(캐나다)과 5언더파 67타를 합작하며 최종 합계 26언더파 189타를 쳤다. 피터 맬나티(미국)와 짝을 이룬 돈 콜레랑 전 페덱스 CEO(27언더파 190타)를 1타차로 제쳤다.

AT&T 페블비치 프로암은 3라운드 종료후 프로 공동 60위, 아마추어 공동 25위까지 컷을 가려 다음날 최종 승부를 벌인다. 하지만 올해는 기상악화가 거듭되면서 아마추어 부문은 3라운드로 마무리지었다.

로저스는 2011년 슈퍼볼 우승을 비롯해 MVP를 네차례나 수상한 슈퍼스타다. 대단한 골프광으로도 유명하다. 2021년에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같은 팀으로 이벤트대회 '더 매치'에 나서 필 미컬슨(미국)과 NFL 스타 톰 브래디(미국)를 꺾었고 2년만에 이번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지난 2년간 자신의 주종목 풋볼보다 골프에서 더 많은 우승컵을 따낸 셈이다. 그는 "우승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라운드에서 86타를 치는 등 컨디션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되자 완전히 다른 플레이를 펼쳤다. 1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쳤고 2라운드에서는 11언더파로 맹타를 휘둘렀다. 같은 팀으로 경기한 실버먼은 "그는 최고의 운동선수"라며 "내가 더블보기를 기록할때 그가 파세이브에 성공하기도 했다"며 극찬했다.

로저스는 "이번 우승은 내게 정말 중요한 사건이다. 페블비치 프로암 우승은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였다"고 기뻐했다. 이어 "(NFL 동료인) 조시 앨런이 '이번 승리에는 단 3라운드로 결정됐기 때문에 우승자 이름에 별표를 붙여두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상관없다. 우승기록으로 남는 것은 내 이름"이라고 말했다.

대회 전부터 화제가 됐던 축구스타 개러스 베일(웨일스)은 조지프 브람릿(미국)과 16언더파 199타를 합작해 공동 16위로 대회를 마쳤다. 베일은 "칭찬도 많이 받았지만 부담도 매우 컸다"고 털어놨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