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 1번지' 강남 도곡렉슬…15억 폭락, 왜?

부동산 프리즘

전용 114㎡ 26.5억에 거래
2021년 최고가 41억서 뚝

대치동 등 규제완화 가능성에
'비규제 프리미엄' 사라지고
인근 개포동 입주 폭탄도 예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와 인접한 도곡동 도곡렉슬(사진)이 지난달 이전 최고가보다 15억원가량 급락한 가격에 팔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도곡동은 인근 대치동, 삼성동 등과 달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아 최근 집값 하락기에도 가격 하방 압력을 덜 받는 반사효과를 누려 왔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곡렉슬 전용면적 114㎡는 지난달 9일 2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10월 기록한 최고가(41억원)와 비교하면 1년3개월 만에 15억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3000가구가 넘는 도곡렉슬은 도곡동 일대 아파트 시세를 주도하는 ‘대장주’로 꼽힌다. 도곡동 A공인 관계자는 “친족 간에 시세보다 싸게 주택을 사고파는 ‘증여성 거래’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층(5층)이고 주거 선호도가 낮은 타워형 구조라는 것을 감안해도 낙폭이 너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전용 84㎡도 지난달 13일 이전 최고가(32억원, 2021년 9월)보다 8억원 넘게 하락한 23억5000만원에 팔렸다.전문가들이 분석한 도곡렉슬 가격 급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시가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조만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게 되면 ‘비(非)규제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도곡동 일대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강남구 삼성동·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고, 매수 후 2년간 매매와 임대가 금지된다. 요즘 같은 ‘거래 절벽’ 상황에선 부동산 매매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4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를 순차적으로 심의한다. 도곡동 B공인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를 풀면 좀 더 입지가 좋은 대치동 등지로 투자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며 “집값이 빠질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집을 처분하려는 집주인이 더러 있다”고 전했다.

도곡동과 붙어 있는 개포동에 대규모 신축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선 여파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포동에선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 2019년 입주)와 디에이치아너힐즈(1320가구, 2019년)를 시작으로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 2023년 2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 2024년 1월) 등이 입주했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도곡렉슬(2006년)을 비롯해 도곡동 일대 아파트는 지은 지 20년이 다 돼 가기 때문에 개포동 일대 랜드마크급 신축 아파트보다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입지 측면에선 도곡동이 강점이 있어 추가 낙폭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