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2도 신탁으로…'조합 재개발' 인기 뚝

올해 정비사업 트렌드

"조합 대신 신탁 주도로"
한국토지신탁 선택한 추진위
"투명성 확보·비용절감 유리"

공사비 뛰고 불확실성 커지자
인천 등 대규모 사업장서도
신탁사들 현장 설명회 가져
최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된 ‘방화 2구역’ 주민들이 조합 설립 대신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시욱 기자
새해 들어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주민이 조합 설립 대신 신탁 방식의 정비사업으로 속속 선회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으로 조합이 시공사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갖기 어려워진 데다 분양시장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리 인상으로 사업자금 조달도 쉽지 않아서다. 자금력을 갖춘 신탁사가 사업을 맡으면 이런 문제를 상당수 해결할 수 있어 주민들이 신탁 주도 정비사업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화2구역’, 신탁방식 추진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방화2구역은 지난해 말 한국토지신탁(한토신)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신탁 재개발을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화2구역은 지난달 31일 서울시의 주택 정비 지원사업 ‘신속통합기획’ 구역으로 지정됐다. 방화2구역 기존 토지 소유주는 348명이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안에 따르면 최고 16층, 740가구(공공 126가구 포함) 내외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주민들이 조합 설립 대신 신탁사에 맡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꼽은 이유는 김포공항 고도제한 같은 규제로 인해 오랫동안 재개발 사업이 지체된 데 따른 피로감 때문이다.

이종근 방화2구역 재개발 준비위원장은 “신탁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이 3% 정도밖에 되지 않고 다수는 신탁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투명성 확보와 빠른 사업 추진에 따른 비용 감소 효과뿐 아니라 공사비를 둘러싼 시공사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방화2구역은 정비계획 수립 전이어서 조합 설립이나 신탁사 지정을 할 수 없다. 업무협약은 강제성은 없지만 신탁사 지정을 위한 사전 수순에 해당한다.

중대형으로 신탁 방식 확산

서울 종로구 창신10구역은 한토신과 업무협약을 추진하는 등 신탁 방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창신10구역은 재개발을 통해 1300여 가구 대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상도14구역(1300가구 규모)도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는 등 시장이 침체로 돌아선 이후 신탁 방식을 추진하는 정비사업장이 늘고 있다.

신탁사도 주택 정비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부산 명장2구역에서 신탁 재건축을 위한 동의서 징구 절차에 들어갔다. 명장2구역은 아파트 354가구와 일부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대한토지신탁은 충남 보령시 죽정동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무궁화신탁은 경기 안양시 관양동 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지에서 주민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신탁사를 시행사로 지정하려면 단지 전체 소유주의 75% 이상 동의와 동별 소유주 50% 이상 동의를 확보해야 하고 토지 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신탁해야 한다. 사업 기간 동안 소유주의 등기 권리를 신탁사에 넘겨야 한다는 점, 분양금의 2~4% 선인 신탁 수수료는 부담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에는 조합 설립이 어렵거나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소규모 정비 사업장 중심으로 신탁 방식 사업이 추진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규모가 있는 사업장에서도 신탁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등포구의 문래국화아파트와 신동아아파트도 이달 초 재건축을 맡아줄 신탁사를 찾는 공고를 냈다. 재건축을 통해 문래국화아파트는 354가구, 신동아아파트는 684가구를 신축한다. 한토신 관계자는 “지난 4일에도 인천의 1800가구 규모 재건축과 서울 강북의 500가구 규모 재건축 사업장에서 요청이 들어와 현장 설명회를 했다”고 말했다.

박종필/안시욱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