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톰키 교수 "MS·구글·아마존…美 빅테크는 모두 실험조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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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실험실' 펴낸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등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스테판 H 톰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저서 <실리콘밸리의 실험실>에서 이들은 모두 ‘실험조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짚었다. 실험조직에는 경영진부터 말단 직원까지 실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특징이 있다. 25년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을 연구해 온 톰키 교수는 기업 혁신 관리 부문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스테판 톰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수백만명 참여하는 실험
매년 1만건 이상 진행
"불확실성 클수록 실험 더 중요
인력 줄여도 실험은 계속될 것"
톰키 교수는 6일 <실리콘밸리의 실험실> 한국 출간을 기념해 한국경제신문과 한 서면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실험한다’는 사고방식이 기업에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며 “조직은 선택을 앞둔 모든 순간에 반드시 실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실험의 중요성을 보여준 기업 사례로 MS를 꼽았다. MS의 검색 서비스 빙은 2012년 한 직원의 제안으로 검색엔진에서 광고 헤드라인을 띄우는 방식을 바꿔 매출을 12%가량 늘렸다. 당초 이 아이디어는 주목받지 못해 6개월 동안 버려져 있었다.
하지만 한 엔지니어가 온라인 대조실험을 한 뒤 재조명받았다. 빙 서비스 사용자에게 적용한 결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매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톰키 교수는 “실험을 중시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으면 아이디어의 진짜 가치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며 “빙의 미국 검색 점유율이 2009년 8%에서 2017년 23%까지 오른 것도 실험문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톰키 교수는 실리콘밸리에서 실험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아마존, MS, 구글 등을 꼽았다. 이들 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최적화된 사업 결정을 내리기 위해 매년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참여하는 실험을 1만 건 이상 하고 있다.
그는 빅테크들이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인력 감축 등 비용 절감에 나서는 상황에도 실험은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사업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일수록 실험은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톰키 교수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업들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가설을 세우며 노력한다”며 “좋은 기업은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실험을 줄이지 않고 더 많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이 직관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비판에는 직관과 실험은 배치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호 보완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직관, 통찰력 등은 가설의 원천”이라며 “가설은 실험을 통해 기각될 수도, 입증될 수도 있는 데다 엄격한 실험을 거쳐 더 좋은 결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톰키 교수는 아직 실험조직 개념이 낯선 한국 기업을 향해 “리더는 도전 목표를 설정하고, 대규모 실험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자원 등을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실험의 중요성을 조직 내부 모두가 이해하고, 자신의 이익과 신념에 반하는 결과도 수용해야 한다”며 “실험의 윤리성을 따져보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