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전세 폐지론 관점에서 본 전세사기 대책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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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대규모 갭투자 전세사기 사건을 계기로 우리 주택전세 시스템의 민낯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시세가 명확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빌라, 다세대 주택을 대상으로 시세를 속여 보증금을 가로채는 범죄가 오래전부터 만연해왔는데, 그 피해금액이 한해 1조원을 넘을 정도라는 믿기지 않는 일이 현실화된 것이다. 임차인 개인의 피해는 물론이고, 피해금액의 상당부분은 피해방어능력이 충분한 보증금반환 보증기관이어서, 천문학적인 금액의 국민세금이 낭비될 처지라서 더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 주택전세 시스템은 이 사고를 계기로 전면 개편되어야한다. 집값에 육박하는 거액의 보증금을 지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정상적일 수 없다. 시세 파악이 정확치 않은 것은 물론, 향후 집값 하락 가능성도 있어 그 위험을 고스란히 임차인이 떠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증금반환의 위험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집값보다 더 낮은 보증금만 받고 집을 빌려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상식에 맞지 않은 비정상적이다. 예를 들어, 1억원에 산 집을 8천만원에 임대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임대인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경제원리에 전혀 맞지 않다. 전세제도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대한민국에서만 존재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정상적인 전세제도가 수십 년간 대한민국에 지속되어 온 것은, 매우 적은 자기자본만으로 전세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통한 재산증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집값 보다 적은 보증금을 받고 임대하는 손해는 “집값상승”이라는 이익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런 구조가 수십 년간 지속되다보니 “전세”라는 레버리지를 이용한 부동산투기가 만연되고 엄청난 집값 거품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전세제도는 주택투기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주택 전세보증금 규모는 무려 1,000조원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공식적인 가계부채 약 1,900조원과 합산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50%를 웃돌게 되어 주요국 중 가장 높다고 한다. 이런 과도한 부채는 집값이 하락할 경우 가계과 국가경제 모두에 걷잡을 수 없는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어, 고통이 따르더라도 시급하게 줄여야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전세제도 비중은 하루 빨리 대폭 낮추어져야한다. 주택임대차의 기본은 월세가 되어야하고, 서민의 주거복지정책은 전세대출의 방식이 아니라 저렴한 월세 임대주택에 초점이 맞추어져야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우리 정책은 이 점에 대한 근본 인식이 부족했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돕겠다는 목적으로 전세보증금 대출을 용이하게 했다. 심지어, 주택담보대출 보다 훨씬 쉽게 대출되도록 했고, 보증금대출에 대한 정부 공기관의 보증 역시 대폭 완화했다. 주거복지라는 이유이지만, 방향 자체가 잘못 되어진 것이다. 그 결과, 그렇지 않아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우리 전세제도 비중은 축소되기는커녕 대폭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 천문학적인 전세사기범죄에 쉬운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이유로 인해 발생한 천문학적인 보증금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당국의 인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23년 2월 2일에 발표된 전세사기 정부대책에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역대급 보증금사고를 당한 뼈아픈 경험으로, 지금의 전세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전세비중을 대폭적으로 줄이는 대책이 나와야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이런 절박한 문제의식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단순한 미봉책의 나열에 불과했다. 전세사기를 막겠다는 대책 중 하나로, 보증보험 가입대상을 기존 집값 100%에서 10%를 낮춰 집값 90%까지만으로 제한하겠다고 하지만, 집값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근본적으로 불가하다. 집값을 속이고 뻥튀기하는 수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따라서, 이런 안일한 대책만으로는 전세사기를 근절할 수 없다. 임대차시장에서 전세비중은 대폭 낮추어져야한다는 정책의 대전제하에서 전세사기를 대폭 근절하기 위해서라면, 보증보험 가입대상은 집값의 70% 이하로 대폭 줄여야 한다. 그로 인해 서비스 받지 못하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지만, 개인과 우리 사회에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월세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설득과 이해를 통해 전세비중을 대폭 줄이는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책 발표 과정에서 보여진 정부당국자의 태도는 보증가입대상이 줄어드는 불편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데 머물고 있었다. 전세제도의 위험성과 축소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어 정책입안자로서의 자세로 매우 미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외에도, 대책 중 하나인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를 일벌백계하는 소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역시, 전세사기에 분노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지극히 평범한 대책일 뿐이다. 임대차시장의 주류가 월세 아닌 전세라면 보증금을 노리는 전세사기는 계속 될 수 밖에 없고, 막대한 범죄수익 앞에서는 전문가라도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강력한 처벌만으로 근본 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심전세 앱'을 통해 주변시세 파악하는 대책도, 거래가 많지 않은 빌라, 다세대의 경우 10-20% 정도의 시세는 얼마든지 조작가능하다는 점에서 미흡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이런 앱을 통해서 마치 정확한 시세파악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심어줄 수 있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런 연장선에서,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전세보증금반환 목적의 대출을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보증금반환에 어려움이 있는 집주인을 돕는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대출을 확대하자는 것인데, 임기응변식으로 쉽게 대출하면 전세가 계속 유지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전세보증금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정상적인 현행 전세제도 하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개인이 감수해야 마땅하다. 전세제도에 대한 뿌리 깊은 우리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런 뼈아픈 고통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최광석 로티스 최광석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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