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앙은행, 기준금리 9차례 연속 올려…3.1→3.35%

고물가 이어지자 금리인상 기조 이어가…추가 금리인상 의지도
호주 중앙은행(RBA)이 올해 처음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5월 회의부터 9차례 연속 인상이다.

RBA는 7일(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 후 기준금리를 3.1%에서 3.3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호주는 지난해 5월 기준 금리를 0.1%에서 0.35%로 올린 뒤 지난해 말까지 8개월 연속 금리를 올렸다. 이후 올해 처음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금리 인상을 이어갔다.

이날 RBA의 결정은 금융시장의 예상과 일치한다.

RBA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했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있었고 무엇보다 집값 하락, 이자 부담 상승 등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더는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12월 통화정책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리 정해진 길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확인되는 데이터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정책 기조 변화의 여지를 보였다. 금융 시장에서도 올해 중 금리를 2번 더 올릴 수 있겠지만 올리는 속도는 확연히 느려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발표된 작년 4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대비 7.8% 상승하자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통화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올리고 앞으로도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강해졌다.

로우 총재는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3%로 복귀하려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할 것이고 연착륙을 달성하기 위한 길은 여전히 좁다며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드러냈다.

또 그동안 반복하던 "미리 정해진 길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는 여지를 두는 발언도 나오지 않았다.

RBA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4.75%까지 둔화하고 내년 중반에는 3% 안팎까지 내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집값 약세와 이자 부담 증가에 따른 소비 둔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1월 말 기준 호주의 주요 부동산 지표인 코어로직의 전국주택가격지수는 1개월 전보다 1.0% 하락,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1년 전보다는 7.2% 떨어졌으며 최고점을 기록한 지난해 4월보다는 8.9% 내려갔다.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는 전월 대비 1.2%, 전년 동월 대비 13.8% 하락했다.

이자 부담 증가에 따른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로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RBA는 올해 중 80만 가구의 주택담보대출이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바뀐다며 대출 당시보다 금리가 약 3%포인트 이상 올라 이자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 때문에 호주 정부는 대규모 에너지 보조금 예산을 편성하는 등 지원책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