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으로 출근하면 돈 번다"…'풍수지리 명당' 삼성빌딩의 비밀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빌딩
빌딩절반 2~17층 쓰던 韓銀
3~4월 소공동 별관으로 이전

재물운 넘쳐…한은·삼전 등 입주사
사상 최대 실적행진…"후문으로 돈 들어와"
삼성물산 등 입주할까…기업들 눈독
삼성본관빌딩/사진=한경DB
"김 기자, 이 빌딩은 뒷문으로 출입해야 재물 운이 붙어요."

1976년 준공된 서울 중구 태평로의 삼성본관빌딩. 이 건물 자리는 재물 운이 왕성한 풍수지리 명당으로 통한다. 뒷문 자리는 '돈이 모이는 곳'으로 통했다. 이 건물에 입주한 한국은행 총재와 임원들이 후문으로 출퇴근을 하는 것도 이 같은 풍문의 배경이 됐다.공교롭게도 한은은 삼성본관에 입주한 뒤부터 최대 실적을 거듭 경신했다. 한은이 6년 만에 삼성본관을 떠나 서울 소공동 본관·별관 사옥으로 이전한다. 한은의 공백을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 사옥 자리를 찾는 주변 기업들도 벌써 들썩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본관빌딩의 절반가량인 2~17층을 사용하는 한은은 오는 3~4월 소공동 본관·별관 사옥으로 이전한다. 1964년에 지은 서울 소공동의 별관 건물을 재건축하기로 결정한 한은은 2017년 중반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빌딩과 강남본부로 조직별로 나눠 이사했다.
사진=한경DB
한은은 삼성본관빌딩 건물 임차료로만 한 달에 13억원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건물에는 한은과 함께 삼성전자, 삼성카드 등 삼성 계열사 등도 입주해 사용 중이다. 삼성본관빌딩은 지하 4층, 지상 26층 건물이다. 1976년 4월 삼성물산이 쓰다가 1999년에는 삼성전자 본사로 사용했다. 이후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생명 등 계열사들이 거쳐가면서 삼성그룹의 상징처럼 통하기도 했다. 현재 이 건물에는 한은과 함께 삼성전자, 삼성카드 등이 입주해 사용 중이다. 이 건물의 1층 로비 갈색 벽면에 새겨진 십장생 벽화도 명물로 통한다. 가로40m·세로5m 크기인 이 십장생 벽화는 1983년 제작됐다.삼성본관빌딩은 이웃인 부영태평빌딩(옛 삼성생명 본사), 신한은행 본점과 함께 재물 운이 넘치는 풍수지리 명당으로 꼽혔다. 이들 건물 일대는 조선 후기 돈을 찍어내던 전환국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 후문에 재물 운이 몰린다는 소문이 돌자 한은 임직원들도 출퇴근 때 뒷문을 자주 이용했다.

재물 운이 몰린다는 소문답게 한은은 이 건물에 입주한 뒤인 2019~2021년에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외환보유액으로 미국 국채 등을 사들이거나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맡겨 수익을 올리는 한은은 2019년 5조3131억원, 2020년 7조3658억원. 2021년 7조86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삼성카드와 삼성전자도 비슷한 시기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한은이 빠져나간 2~17층을 누가 채울지도 관심사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의 공백이 큰 만큼 삼성물산 상사 부문 외에 다른 계열사들의 입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재택근무를 줄이고 출근을 독려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빌딩 수요가 늘어난 만큼 임대 문의가 적잖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