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화가, 로봇 팔로 고흐 스타일 초상화 '뚝딱'

인공지능(AI) 로봇 화가 ‘프리다(FRIDA)’는 고흐가 그린 자화상을 학습했다. 미국의 한 유명 정치인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자, 빨간색 로봇 팔이 분주히 움직였다. 팔레트에 있는 물감을 찍었다. 흰색 캔버스에 붓질을 시작했다. 서너시간 만에 초상화가 완성됐다.

7일 미국 피츠버그 카네기멜런대 로봇연구소는 최근 개발한 AI 로봇 화가 프리다(FRIDA)를 공개했다. 프리다는 그림 붓이 장착된 로봇 팔과 AI를 활용해 인간과 협업한다.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에서 이름을 따왔다.
작년 공개된 AI 프로그램 ‘미드저니’가 컴퓨터 속 그래픽을 만드는 것에 나아가, 프리다는 실제 붓과 물감을 활용해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사용자는 프리다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우선 글을 활용해 원하는 작품을 묘사할 수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AI 모델 ‘챗GPT’나 ‘달-E 2’를 통해 입력된 명령을 이해한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국가에서 온 두 명의 군인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나 ‘개구리 발레리나’를 그려 달라고 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음악을 통한 소통도 시도하고 있다. 피터 샬렌브란드 카네기멜런대 로봇연구소 연구원은 “유명 그룹 아바(ABBA)의 노래 ‘댄싱퀸’을 연주하고 이것을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하기도 했다”고 했다.이후 그림을 보고 화가의 스타일을 익히게 할 수도 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등이 대표적이다. 프리다는 이러한 명령을 조합해 가상의 이미지를 만든 뒤, 실제 붓질을 통해 이를 구현한다. 로봇에 달린 카메라는 그림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계획을 구체화한다.
프리다의 붓질은 인상주의적이고 대담한다. 종종 물감이 잘못해 프리다의 로봇 팔에 튀기도 한다. 연구진은 “프리다를 통해 인간의 아이디어를 실제 그림으로 옮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연구팀은 프리다 연구 성과를 오는 5월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