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마케팅 이야기] '신뢰' 판매한 백화점 구독 서비스

장경영 경제교육연구소 선임기자
‘온라인 최저가’ 찾기가 익숙한 시대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검색부터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백화점에서도 물건을 산다. 상품의 품질이 좋아서, 최신 유행 상품이 많아서, 고급스러운 환경에서 여유롭게 쇼핑할 수 있어서, 판매 직원들의 서비스가 만족스러워서, 교환이나 반품이 수월해서….

다양한 이유를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쇼핑’이 가능하다는 게 소비자가 백화점을 찾는 이유다.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가 신세계백화점이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구독 서비스에 도전한 사례를 살펴봤다. 구독 서비스는 온라인 기업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그래서 대다수 오프라인 기업이 ‘두려움 반, 부러움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신세계, 과일·반찬 구독 서비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은 달랐다. 백화점 바이어가 큐레이션한 상품을 정기적으로 고객 집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시도하기로 했다. 고객들이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과일’을 첫 카테고리로 선정, 서울 강남점 근거리 배송 지역에 거주하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2020년 5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일 바이어가 가락시장과 산지에서 품질 및 출하량을 직접 체크하므로 ‘과일의 맛과 신선도’를 가장 큰 강점으로 삼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고객이 식품을 직접 보고 고르지 않고, 구독하는 것은 오랜 기간 형성된 신뢰 덕분”이라며 “안목 있는 백화점 바이어가 새벽시장에서 골라온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사서 고객들이 구독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신세계백화점은 최근엔 반찬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구독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한 달에 16만2000원을 내면 월 4회 제철 음식과 반찬, 국, 찌개를 집에서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2021년 10월부터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던 것을 모든 고객으로 확대했다.
신세계백화점 반찬 구독 서비스

온라인 기업의 전유물에 도전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세계백화점은 구독 서비스에서 ‘신뢰’라는 가치를 고객에게 제안했다”며 “신세계백화점이 나에게 매번 좋은 품질의 과일과 반찬을 맞춤형으로 제안해 줄 것이라는 ‘신뢰’가 생긴 고객들이 구독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분석했다.소비자 신뢰는 ‘인지적 신뢰’와 ‘정서적 신뢰’로 구분할 수 있다. 백화점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적 신뢰는 상품의 품질 등에 대해 합리적 사고와 객관적 판단을 통해 신뢰하는 것이고, 정서적 신뢰는 판매 직원이나 백화점에 대해 소비자가 갖는 주관적 느낌, 감정 등을 통해 구축되는 신뢰다. 두 가지 신뢰 모두 소비자가 스스로 해당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질 좋은, 그리고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소비자의 믿음이 형성될 때 소비자의 선택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여느 시장에서나 마찬가지로 먹거리 구독 서비스 경쟁에서의 승자도 결국 많은 소비자로부터 인지적 신뢰와 정서적 신뢰를 확보하는 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