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의 돌봄 혁신…아파트 단지 안에 노인요양시설 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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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내 요양시설은 전국서 처음‘아파트 단지 내 노인요양시설’이 서울 은평구에 들어선다. 아파트 단지 안에 어르신 요양시설이 생기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수색13재정비 구역에 시설 포함
치매 노인 보호시설도 함께 건립
재개발조합도 용적률 완화 '윈윈'
운영주체는 서울시지만
행정·운영 등은 은평구서 수행
단지 주민에 입주자격 우선 부여
어르신들이 평생을 살아온 동네를 떠나지 않고도 수준 높은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모델로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아파트 단지 내 첫 노인요양시설
7일 서울시와 은평구 등에 따르면 수색 13재정비촉진구역 내 시립 공공 노인요양시설이 이르면 오는 7월 완공된다.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인 이 건물은 아파트 단지 내에 건립 중이며, 총 85명 이상의 어르신이 지낼 수 있다.시설에는 치매 노인 보호시설도 포함된다. 공공 노인요양시설은 서울시 관할이지만 각종 실무 행정과 설치 및 운영 관련 절차는 은평구가 수행할 계획이다.노인요양시설의 크기는 당초 901㎡(연면적)에 불과했지만 은평구는 서울시를 설득해 시설 면적을 2198.54㎡로 확대했다. 치매 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재개발 조합에도 부지 공공기여 확대를 요청했다. 대신 재개발 조합의 요구 사항이던 용적률 완화를 서울시에 건의해 관철시켰다. 은평구와 조합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은 셈이다.
서울시 공공 노인요양시설은 총 9개로 7개는 시 외곽에, 2개는 경기 군포·용인시에 있다. 가족, 친구 등을 떠나 이사하기도 꺼리는 어르신들이 노년에 낯선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왔다.치매 노인은 환경 변화로 인해 증세가 악화되는 사례도 많다. 아파트 단지 내 요양시설은 이 같은 문제를 대부분 해소해준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지 내 시설로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가 가능해졌다”며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자녀들도 부모를 멀리 보낸다는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특히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 입주 자격을 먼저 부여할 계획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요양시설에 모신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따로 낼 필요 없이 출퇴근하면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다.
“노인정 대신 노인요양시설 수요 커”
서울시는 150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지을 때 설치하도록 돼 있는 ‘노유자(老幼者) 시설’에 어르신 요양시설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2조에 따르면 어르신과 아동을 위한 시설을 갖춰야 한다. 150가구 이상~300가구 미만 아파트는 50㎡, 300가구 이상~500가구 미만은 150㎡, 500가구 이상은 225㎡ 규모의 경로당,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은 노인 복지시설로 노인정이 많이 생겼다. 서울에 노인정이 3500개에 달할 정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도 노유자 시설에 노인요양시설이 가능하지만 구체적 언급이 없어 조성되는 경우가 없었다”며 “노유자 시설에 노인요양시설을 명시하는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 당시 건의했고 현재 주관부서인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 개정과 별개로 은평구는 아파트 단지 내 노인요양시설 건립을 확대할 방침이다.김미경 은평구청장(사진)은 “치매 노인을 집과 가까운 곳에서 보살필 수 있어 가족들도 안심되고, 노인들도 환경 변화가 적어 쉽게 적응할 것”이라며 “앞으로 새롭게 지어지는 단지마다 이런 시설을 갖추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