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SM엔터 경영권 분쟁 가세…침묵하던 이수만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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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경영권 분쟁 '블랙홀'▶마켓인사이트 2월 7일 오후 4시37분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두고 이사회와 대주주 이수만 총괄프로듀서 간 갈등이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 총괄 보유 지분 18.64% 인수를 검토해오던 카카오는 돌연 유상증자를 통해 2대 주주에 올라서기로 전략을 틀었다. 지난달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사항을 전격 수용하고 멀티 프로듀싱 체제를 발표하며 이 총괄의 영향력을 지워가던 이사회에 힘을 실어준 행보로 풀이된다. 이 총괄은 즉각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시작으로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경영권 취득 목적의 제3자 신주 배정은 불법이라는 점을 내세워 이번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 요구사항
SM엔터, 이수만 배제한채 수용
'멀티 프로듀싱' SM 3.0 선포도
얼라인·SM이사회 동맹 합류한
카카오, 2대 주주로 올라서자
이수만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이사회 반란에 가세한 카카오
카카오는 2020년부터 SM엔터 인수를 추진해왔다. 이 총괄의 지분을 인수하고 일부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네이버 CJ 등과 인수 경쟁을 벌인 끝에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다만 가격과 이 총괄의 요구 조건 등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카카오는 네이버와 벌이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SM엔터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자회사 카카오엔터를 통해 안테나 등 수십 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YG엔터·하이브 등과 동맹을 맺은 네이버에 비교하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사이 주주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의 SM엔터에 대한 공세가 이어지며 상황이 바뀌었다. 얼라인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감사인 선임에 성공했다. 이어 올해 주총을 앞두고 이 총괄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부당 거래 등을 문제 삼아 이사회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에 나섰다. SM엔터 이사회는 지난달 얼라인파트너스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전격 수용하고 이 총괄이 독점하던 프로듀싱 업무를 회사로 이관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 총괄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카카오는 이런 상황에서 이 총괄과 지분 거래는 힘들다고 판단하고 주요 주주 자격으로 이사회를 지원하면서 사업 협력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만 “즉각 법적 대응”
이 총괄은 이날 일련의 이사회 결정을 ‘경영권 분쟁’이라고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이 총괄은 “1월 20일 SM엔터의 공동 대표이사인 이성수 및 탁영준이 최대주주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에 합의해 최대주주를 상대로 한 경영권 분쟁이 심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동대표이사들이 주도하는 SM엔터의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하는 위법 행위”라고 설명했다.상법은 기존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고 있다. 이 총괄 측은 “SM엔터는 상당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자금을 조달해야 할 시급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었고 상법이 정한 대로 먼저 기존 주주들에게 자금 조달 필요성을 설명하거나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SM엔터 이사회가 카카오에 대한 신주 발행 안건을 충분한 논의 없이 결정한 점도 문제 삼았다. 이 총괄은 “이사들에게 해당 안건이 상정될 것이라는 내용을 전날 저녁 통지했고 반대 의사를 밝힌 이사도 있었지만 표대결을 통해 가결했다”고 했다. 이 총괄이 법적 대응과 동시에 우군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해 SM엔터 지분 4.2%를 인수한 컴투스 등이 거론된다. 다만 컴투스는 아직 지분 투자 목적을 밝히지 않고 있다. 컴투스가 이 총괄의 백기사 역할을 할지 양측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지 미지수다.
카카오가 이 총괄과 전격적으로 합의해 이 총괄 지분까지 인수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온다. 다만 이번 신주 취득 금액과 달리 이 총괄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을 경우 자본시장의 역풍을 감수해야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차준호/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