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10초만에 건물 '폭삭'…2천년 버틴 고성도 파괴(종합)

강력 여진까지 곳곳 아비규환…10여년 내전중 시리아선 "심판의 날 온듯 울부짖어"
카이로까지도 진동 느껴져…매몰자 많아 사상자 수 더 늘어날 듯
"평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6일(현지시간) 진도 7.8의 대형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터키) 동남부 가지안테프 주민 에르뎀 씨는 이날 새벽 상황에 대해 로이터 통신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지금은 차 안에 있거나 건물에서 멀리 떨어져 열린 공간으로 이동했다"며 "아마 지금 가지안테프에서 집 안에 있는 사람은 1명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에서 사망자가 최소 2천600명으로 집계된 데 이어 부상자도 1만3천명을 훌쩍 넘겼다.의료 관계자들은 각지 병원 응급실이 환자들로 이미 가득 찬 상태라고 지원을 호소했다.

시리아 국영TV는 시민들에게 차를 이용해 부상자를 병원으로 후송해달라고 요청했다.

튀르키예 적신월사 (적십자에 대응하는 이슬람권 구호기구) 케렘 키닉 대표는 "우려하던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심각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며 헌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지진은 튀르키예 동남부뿐만 아니라 중부 수도 앙카라, 멀게는 이집트 카이로까지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가 공개한 현상 영상을 보면 진앙인 가지안테프에서 동쪽으로 약 140㎞ 떨어진 샤르우르파 주(州) 할릴리예 지역에 위치한 한 7층 높이 건물이 종잇장처럼 힘없이 구겨지며 주저앉았다.건물이 형체 없이 무너지는 데는 단 10초도 채 걸리지 않아 이번 강진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고층 건물 일부가 내려앉으면서 대피 작업을 벌이던 구조대와 인파 위를 덮쳤다.

2천200여년의 역사를 지닌 가지안테프의 랜드마크인 가지안테프 성도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성벽과 망루 등이 훼손됐다.

트위터 등 SNS상에는 '가지안테프성의 전과 후' 사진을 비교한 사진이 잇달아 게재되기도 했다.
이웃 나라인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면서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특히 2011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내전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시리아인들은 '내전보다도 더 무서웠다'고 입을 모았다.

시리아 서북부 알레포에 사는 아나스 압바시 씨는 AFP 통신에 "수년간의 내전을 거치면서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포격과 총알보다도 훨씬 더 무서웠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또 "마치 심판의 날이라도 온 듯 일부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고 울부짖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다마스쿠스 주민 사메르 씨도 "벽에 걸린 그림이 떨어졌다"며 "무서워서 잠에서 깬 뒤 옷을 입고 문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1분 가까이 땅이 흔들렸다는 목격담이 잇따랐으며, 주민들이 집에서 나와 거리로 대피하거나 차를 몰고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이번 지진은 중동 지역 곳곳에 눈이 오는 가운데 발생했다.

특히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강진이 강타하면서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현지 방송에서는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잠옷 차림의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진행되는 구조 작업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모습이 나왔다.

구조대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 임시로 설치한 조명에 의지해 철근과 벽돌 사이를 뒤지고 있었으며, 이들은 매몰된 이들의 인기척이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숨소리를 죽인 채 긴장한 모습이었다.

술레이만 소을루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무너진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 대해선 붕괴 위험이 있으나 손상된 건물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현지 지진 전문가들은 치명적인 홍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지역 댐의 균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