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지진 생존자들, 차가운 길바닥에서 노숙

"종일 굶었다" 폭우·폭설 악천후에 코로나까지 '겹악재'
유엔 "시리아 피해자 410만명은 인도주의 지원 대상자…구호활동 차질"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목숨을 부지한 생존자들도 차디찬 길바닥에 내몰리며 현지 상황은 그야말로 '생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지진이 강타한 시리아 북서부 지역의 주민들은 현지의 참상에 대해 "끔찍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가족이 모두 사망한 경우도 많고, 무너지는 집에서 겨우 피해 살아남은 이들은 아무런 대비 없이 노숙하는 처지에 놓였다.

반군 거점 지역인 이들리브주(州)에서 수년째 구호 활동을 해온 미국 단체 '메드글로벌'의 모스타파 에도는 이번 지진으로 자신이 살던 건물이 무너져내리며 그간 친하게 지내던 이웃을 잃었다고 전했다. 에도는 "이웃은 장애를 가진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기에 지진 직후 집을 떠날 수 없었다"며 "지진과 여진이 이어지는 수시간 동안에도 부모 곁을 지키며 그 자리에 머물러야만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에도는 2년 전 러시아의 공습으로 숨진 동료의 유족이 이번 지진에 몰살당했다고 덧붙였다.
정전으로 어두컴컴한 거리에는 골절 등 각종 부상으로 신음하는 이들이 넘쳐나지만, 부목과 붕대 등 의료용품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에도는 호소했다. 시리아 북서부의 소도시 진디레스에서 활동하는 사진기자 칼릴 아샤위는 "시리아 전쟁을 10년간 취재했지만, 오늘처럼 참담한 장면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가족은 식구 7∼8명이 한꺼번에 죽었다고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야사위의 가족은 튀르키예 남동부의 시리아 접경지 안타키아에 산다. 그의 부모도 이날 아침 지진이 발생한 뒤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밤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에서 거처를 잃은 주민들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추위를 견디는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변변한 외투도 걸치지 못한 채로 바싹 붙어 앉아 서로의 온기로 긴 밤을 지새우는 모습이었다.

한 노파는 "아침이 올 때까지 여기에서 덜덜 떨고 있어야 한다"며 "춥고 축축한데 갈 데는 없고, 침대도 당연히 없다"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한 중년 남성은 "집이 무너져서 안에 들어갈 수가 없다"며 "우리 가족 모두 아침부터 한 끼도 못 먹었다.

하지만 신이 우리를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카흐라만마라슈는 거리 구석구석에 잔해와 깨진 유리 조각이 널려 있는 모습이었다.

비까지 쏟아붓고 있어 구조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강진의 영향을 받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는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는 인구가 약 41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OCHA는 "지진 피해를 겪는 이들의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이로, 시리아 지역사회는 지난 주말 폭우와 폭설 등 혹독한 겨울철 날씨 속에 코로나까지 확산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엔은 현장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지진 피해지역의 도로가 끊기고 전력공급도 막히면서 구호 업무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지진이 난 시리아 서북부 지역은 도로와 공급망 등이 파괴돼 긴급 구호 자금을 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