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스타트업들에 '중국 대신 일본 진출' 유도"

홍콩매체 "대만 정부기구는 기업의 중국사업 지원 못 해"
대만이 스타트업 기업들에 중국 대신 일본 진출을 유도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는 대만 정부 후원 기관 두 곳을 인용해 대만 스타트업들이 일본 시장 진출이나 일본 기업과 제휴하도록 장려되고 있다면서, 미중 긴장 속 글로벌 공급망 디커플링(탈동조화)의 새로운 신호라고 전했다.

대만 정보정책협의회 산하 산업정보연구소(MIC)의 제이 양 부국장은 SCMP에 "우리는 여러 일본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들이 대만 시장으로 오도록 접촉했고, 스타트업들이 그들에게 가도록 할 것"이라며 "이는 정부의 새로운 정책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늙어가는 나라이고 그들과 일할 새로운 피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대만 스타트업들이 일본과 협력하도록 장려한다"며 일본 회사들은 대만 기업들이 앞으로 나가도록 도울 원자재, 부품, 유통망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한쪽 회사가 다른 쪽과 경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대만 정부 기구는 기업의 중국 투자에 자금을 대거나 그들의 중국 사업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와이 싱크탱크 동서센터의 데니 로이 선임 연구원은 "대만은 일본, 미국과 다른 나라들처럼 중국 의존도를 다변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대만 당국 자료에 따르면 대만의 대(對)일본 투자 승인은 2020년 9억6천437만 달러, 2021년 7억2천874만 달러에서 지난해 17억 달러(약 2조1천300억 원)로 증가했다. 대만 정부가 후원하는 새로운 회사 지원 기구 '스타트업 대만'의 존 앨런 쿠 국장은 일본 은행 세 곳이 대만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고 자신들의 고객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쿠 국장은 "무엇보다 대만은 신뢰와 문화, 역사에서 일본과 매우 가깝다"며 "일본 역시 대만 기업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업한 지 11년 된 대만의 스캠 방지 스마트폰 앱 개발 회사 '고고룩'은 2020년 일본에 자회사를 세웠다. 대만 정부가 자금을 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대만 스타트업 스타디움'이 지난해 일본에서 개최한 행사는 고고룩과 다른 신생 회사들이 일본 언론과 투자자, 파트너들을 만날 기회를 제공했다.

반면 고고룩은 중국 본토의 투자를 피해야 했다고 이 회사의 제프 쿠오 최고경영자(CEO)는 밝혔다.

쿠오 CEO는 고고룩이 다른 정부들과도 스캠 탐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그들은 중국 보토와의 연계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결정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약 4천200개의 대만 투자 기업이 값싼 노동력과 공통의 언어·문화적 이점을 누리며 중국 본토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인민대 금융연구원 자오시쥔 부원장은 미중 무역 갈등이나 다른 지정학적 분쟁은 일시적인 반면 중국은 경제적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대만 기업들이 계속 독자적으로 중국 본토로 진출할 것이라고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