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조사받는 피의자 수갑 채우려면 요건 명확해야"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피의자를 신문 조사할 때 수갑을 채우려면 명확한 요건이 있어야 한다고 7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영리약취(이익을 위해 사람을 납치하는 범죄) 등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쌍둥이 형제 A·B씨는 지난해 1월 전북의 한 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문 조사를 받았다. 모친은 당시 형제가 수갑을 찬 상태로 4∼7시간 조사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 측은 심리적 불안에 따른 자해·도주의 우려가 있어 '범죄수사규칙' 73조 2항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갑을 채웠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은 '경찰관은 조사가 진행 중인 동안 수갑·포승 등을 해제하여야 하나 자살, 자해, 도주, 폭행의 우려가 현저할 때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조사한 인권위는 경찰이 피의자 신문·대기시간에 계속 수갑을 사용한 건 합리적 또는 불가피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B씨에게 여러 건의 범죄 경력이나 최근의 범죄가 있다고 해서 도주 우려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보기 어렵고, 경찰 측이 자살, 자해, 도주, 폭행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수갑을 사용할 경우 경찰청 내부 지침에 따라 수사 과정 확인서에 수갑 사용 경위 등을 써야 하나 해당 경찰서가 이를 누락한 사실도 확인됐다. 인권위는 "수갑 사용의 요건과 한계·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헌법 12조가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경찰서장에게 담당 수사관을 주의 조치하고 소속 수사과 경찰관을 대상으로 수갑 사용의 요건과 유의사항을 교육하라고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