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한 빛의 나전·장승업 그림…고종의 선물 127년만에 첫 공개
입력
수정
러시아 크렘린박물관, 특별전 통해 5점 선보여…구체적 실물 공개 처음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보존·복원 지원…"우리 문화재 가치 널리 공유" 조선 고종(재위 1863∼1907)이 러시아 황제 대관식을 축하하며 보낸 '외교 선물' 일부가 127년 만에 러시아 현지에서 처음 공개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내 무기고박물관에서 이달 10일부터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를 주제로 한 특별 전시가 열린다고 8일 밝혔다.
무기고박물관은 1508년 러시아 황실의 무기고로 만들어진 시설이다.
과거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수도를 이전한 뒤 박물관으로 조성됐으며 1813년 대중에 개방됐다. 1960년 크렘린박물관 소속이 돼 현재 무기나 황실 보석 등을 보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종이 1896년 니콜라이 2세의 황제 대관식을 위해 보낸 선물 5점을 선보인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이듬해인 1896년 2월 11일 경복궁을 벗어나 러시아공사관(아관·俄館)으로 거처를 옮겼던 고종은 당시 민영환(1861∼1905)을 전권공사로 하는 사절단을 보낸 바 있다. 재단에 따르면 고종이 러시아에 보낸 선물은 총 17점이다.
이 가운데 크렘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흑칠나전이층농' 1점, 장승업(1843∼1897)이 그린 '고사인물도' 2점, '백동향로' 2점 등 총 5점이 공개된다.
사절단의 일원으로 민영환을 수행해 대관식에 함께 참석했던 윤치호(1866∼1945)의 일기 등을 통해 선물 목록 일부가 언급된 바는 있지만, 구체적인 실물이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은 검은 바탕에 화려하면서도 영롱한 빛을 띠는 '흑칠나전이층농'이다.
나전은 나무로 짠 가구 등에 전복 또는 조개껍데기를 갈고 문양을 오려 옻칠로 붙이는 전통 공예기법이다.
상하 2층으로 돼 돼 있는 농은 아랫부분에 나전으로 해, 달, 학, 거북 등 이른바 십장생(十長生)을 표현해 새로운 황제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재단은 "19세기 수준 높은 조선 공예 및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 유물"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이 유물은 재단이 2020∼2021년 약 2년간 보존처리 비용을 직접 지원해 의미가 있다.
100년 넘는 세월 속에 유물이 온전하게 복원되도록 돕고 전시로까지 이어지게 한 셈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장승업의 그림은 지금껏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작품이다
총 4점으로 구성된 그림은 신화나 역사 속 인물에 연유된 일화를 표현했다.
세로 길이가 174.3㎝에 달하는데, 조선 회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장승업의 작품 중에서도 보기 드문 대작이다.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 '취태백도'(醉太白圖) 두 작품이 이번에 관람객과 만난다.
재단은 "각 작품에는 '오원 장승업' 서명 앞에 '조선'(朝鮮)이라는 국호를 붙였는데, 장승업 작품 가운데 처음 확인되는 희귀사례로, 작품이 '외교 선물'을 전제로 창작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각각 사각과 원형으로 된 백동향로는 2010년 국내에서 사진으로 공개된 바 있다.
향로의 형태는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는데 직선과 유려한 곡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각 향로에는 '향연'(香煙·향기로운 연기가 서리다), 둥근 향로에는 '진수영보'(眞壽永寶·참다움과 장수, 영원한 보물)이라는 글자를 새겨 축하 의미도 더했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나라 밖 문화재의 보존·복원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정보도 알게 되고 이를 전시로까지 연결해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개막식은 9일 열린다. 현지 전시는 4월 19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연합뉴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보존·복원 지원…"우리 문화재 가치 널리 공유" 조선 고종(재위 1863∼1907)이 러시아 황제 대관식을 축하하며 보낸 '외교 선물' 일부가 127년 만에 러시아 현지에서 처음 공개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내 무기고박물관에서 이달 10일부터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를 주제로 한 특별 전시가 열린다고 8일 밝혔다.
무기고박물관은 1508년 러시아 황실의 무기고로 만들어진 시설이다.
과거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수도를 이전한 뒤 박물관으로 조성됐으며 1813년 대중에 개방됐다. 1960년 크렘린박물관 소속이 돼 현재 무기나 황실 보석 등을 보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종이 1896년 니콜라이 2세의 황제 대관식을 위해 보낸 선물 5점을 선보인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이듬해인 1896년 2월 11일 경복궁을 벗어나 러시아공사관(아관·俄館)으로 거처를 옮겼던 고종은 당시 민영환(1861∼1905)을 전권공사로 하는 사절단을 보낸 바 있다. 재단에 따르면 고종이 러시아에 보낸 선물은 총 17점이다.
이 가운데 크렘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흑칠나전이층농' 1점, 장승업(1843∼1897)이 그린 '고사인물도' 2점, '백동향로' 2점 등 총 5점이 공개된다.
사절단의 일원으로 민영환을 수행해 대관식에 함께 참석했던 윤치호(1866∼1945)의 일기 등을 통해 선물 목록 일부가 언급된 바는 있지만, 구체적인 실물이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은 검은 바탕에 화려하면서도 영롱한 빛을 띠는 '흑칠나전이층농'이다.
나전은 나무로 짠 가구 등에 전복 또는 조개껍데기를 갈고 문양을 오려 옻칠로 붙이는 전통 공예기법이다.
상하 2층으로 돼 돼 있는 농은 아랫부분에 나전으로 해, 달, 학, 거북 등 이른바 십장생(十長生)을 표현해 새로운 황제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재단은 "19세기 수준 높은 조선 공예 및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 유물"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이 유물은 재단이 2020∼2021년 약 2년간 보존처리 비용을 직접 지원해 의미가 있다.
100년 넘는 세월 속에 유물이 온전하게 복원되도록 돕고 전시로까지 이어지게 한 셈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장승업의 그림은 지금껏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작품이다
총 4점으로 구성된 그림은 신화나 역사 속 인물에 연유된 일화를 표현했다.
세로 길이가 174.3㎝에 달하는데, 조선 회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장승업의 작품 중에서도 보기 드문 대작이다.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 '취태백도'(醉太白圖) 두 작품이 이번에 관람객과 만난다.
재단은 "각 작품에는 '오원 장승업' 서명 앞에 '조선'(朝鮮)이라는 국호를 붙였는데, 장승업 작품 가운데 처음 확인되는 희귀사례로, 작품이 '외교 선물'을 전제로 창작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각각 사각과 원형으로 된 백동향로는 2010년 국내에서 사진으로 공개된 바 있다.
향로의 형태는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는데 직선과 유려한 곡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각 향로에는 '향연'(香煙·향기로운 연기가 서리다), 둥근 향로에는 '진수영보'(眞壽永寶·참다움과 장수, 영원한 보물)이라는 글자를 새겨 축하 의미도 더했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나라 밖 문화재의 보존·복원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정보도 알게 되고 이를 전시로까지 연결해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개막식은 9일 열린다. 현지 전시는 4월 19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