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식 병풍 아파트 들어설 판"…분당·일산 집주인들 '술렁'

신도시 특별법 논란
분당에 '한국판 구룡성채' 우려도
상업지역에 들어선 주상복합 광교힐스테이트레이크 / 네이버 부동산 제공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닭장 아파트', '한국판 구룡성채'(홍콩 구룡반도에 있던 고층 슬럼가)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일 발표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대규모 택지지구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도 경기 광교와 동탄을 비롯해 파주 운정 등 2기 신도시 중심상업지역에 용적률 500%가 넘는 주상복합과 오피스텔이 들어서 있다는 점을 근거로 고밀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닭장 아파트 우려도"…무분별한 고밀도 개발은 허용하지 않을 것

국토부의 특별법 발표 이후 부동산 관련 블로그 등에선 '한정된 땅에 무작정 가구수를 늘리면 닭장 아파트' 될 것'이란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1기 신도시 주민이 일반분양을 늘려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너도나도 고밀 개발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무분별한 고밀도 개발에 따른 슬럼화로 악명 높았던 홍콩의 구룡성채가 분당과 일산에 재현될 것이란 지적까지 나왔다. 일각에선 "건축비 때문에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와 같은 고급 주상복합이 신도시에선 불가능하고, 홍콩식 '병풍 아파트'만 들어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동 간격이 좁아 옆 동의 안방이 들여다 보인다거나 일부 가구는 하루 종일 햇볕이 들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이어졌다.

국토부는 그러나 고밀도 주상복합 일변도의 개발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초고밀 개발은 일부 상업 및 준주거 지역에 한하며,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현재 도시계획 체계를 뛰어넘는 무분별한 개발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적률 500%로 건축이 가능한 곳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각 지자체의 도시계획위원회가 특혜성 개발 인허가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기 신도시에 고밀주택 건설 사례 많아

고밀도 주상복합이 신도시 상업지역에 이미 들어선 사례도 상당하다. 2기 신도시의 중심상업시설 프로젝트가 잇따라 좌초된 후 상업시설 부지에 주상복합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이 활발하게 들어섰다. 파주 운정지구 상업지역에 짓고 있는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용적률이 599%, 건폐율이 61%에 달한다. 수원 광교신도시에 들어선 용적률 400%의 주거용 오피스텔 '광교힐스테이트레이크'는 각종 공동시설이나 자체 녹지가 부족함에도 신도시에 조성된 녹지와 공원 등을 누릴 수 있어 아파트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같은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가격은 인근 일반 아파트에 비해 조금 낮은 편이다. 화성 동탄2신도시에선 KTX와 GTX역과 가깝다는 이유로 상업지역 주상복합이 일반 아파트에 비해 더 비싸다. 철로변 상업지역에 들어선 주상복합 동탄역린스트라우스 전용 84㎡는 10억 안팎의 호가를 유지하고 있다. 바로 옆 동탄역 시범단지 일반 아파트의 전용 84㎡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며, 철도역과 거리가 떨어진 단지보다는 훨씬 높은 가격이다.


출퇴근 지옥과 인프라 확충이 숙제

1기 신도시 정비 과정에선 가구수 증가에 따른 출퇴근 교통지옥 해소가 가장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70만가구 신규주택 공급계획 등을 통해 1기 신도시 재건축으로 10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더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도시의 상·하수도와 전기 등 도시 인프라를 확충해 스마트시티로 탈바꿈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