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만 하면 대형 인명피해…반복되는 어선 전복 사고

지난해 어선 사고 사망·실종자 22명 중 절반 이상 '전복'
최근 어선 전복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어선 사고의 사망 실종자의 절반이 전복 사고가 원인이 됐다.

일반적인 기관 고장, 침몰 등에 비해 배가 빠르게 가라앉아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안전대책 및 교육 강화가 시급하다.

8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어선 사고는 총 758건으로, 2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자망어선 166건, 기타 127건, 통발어선 96건, 연승어선 66건, 채낚기 어선 57건, 낚시어선 29건 등이다.

유형별로는 부유물 감김 199건, 기관 손상 192건, 추진축계 손상 43건, 조타장치 손상 31건, 운항 저해 9건이다.

6대 중대사고에 속하는 충돌은 95건, 화재는 60건, 좌초는 51건, 침수는 49건, 전복은 18건, 침몰은 8건이다. 특히 지난해 사망·실종자의 22명 중 13명이 전복 사고로 피해를 봤다.

2021년에도 전체 어선 사고 718건, 사망·실종자 30명 중 전복 사고가 25건 15명으로 큰 인명피해를 낳았다.

지난 4일 전남 신안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24t급 통발어선 청보호 사고도 선박 전복이 큰 인명피해의 원인이 됐다. 승선원 12명 중 3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으나 5명은 선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4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지난해 10월 18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서는 29t급 갈치잡이 어선 A호가 뒤집힌 채 해경에 의해 발견됐지만 실종 선원 4명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15일 밤 충남 보령시 외연도 인근 해상에서도 조업을 마치고 복귀하던 29t급 어선이 전복돼 선장과 기관장 등 2명이 숨지고 선원 5명이 다쳤다.

이들 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대부분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실제 지난해 인명 피해 사고들의 원인을 살펴보면 원인미상 7명, 과적 5명, 기상악화 4명, 운항 부주의 4명, 운항 과실 관련 기타 1명, 원인미상 화재 1명으로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많았다.

청보호 역시 출항 당시 엔진이 있는 쪽 기관실에 물이 샜고 좌측으로 기우는 이상이 있었지만 새는 양이 많지 않아 운항했다는 생존 선원들의 진술이 나왔다.

사고 당시 파고 0.5∼1m 등 기상에는 큰 이상이 없어 선체 파공 또는 균열, 어구 과적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통발 등 어구 적재량이 적절했는지도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청보호는 평소 소라와 문어를 잡는 통발을 2천500∼2천700개(개당 약 1.5kg) 실었으며 사고 당시에는 바다에 쳐놓았던 통발을 일부 회수해 3천개 넘겨 실려 있었다는 증언이 있었다.

수산업법 시행령상 근해 통발어업 어선은 8t 이상∼20t 미만은 2천500개, 20t 이상∼40t 미만은 3천500개 이내의 어구를 사용하거나 실어야 한다.

또 선박에 화물을 최대한 실을 수 있는 한계를 표시한 '만재흘수선'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청보호는 길이 21.75m, 너비 5.18m, 깊이 1.44m로 선실을 지하가 아닌 1층에 배치하는 등 해양수산부가 권고한 표준어선 지침을 인용해 건조됐다.

다만 표준선형이나 다른 동급 어선보다는 깊이가 얕고 작은 편에 속한다.

해수부가 개발·보급한 근해통발어선 표준선형은 길이 33.2m, 폭 7.1m, 깊이 2.6m로 확대했으며 지하에 있던 선원실을 1층으로 변경하고 출입로를 넓혀 비상시 선원들의 탈출을 보다 쉽게 했다.

선형이 좁고 낮으면 파도나 바람으로 인해 선박이 기운 뒤 되돌아오는 복원성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다.

통발어선 선장 김모씨는 "배는 길다고 더 안전한 것은 아니고 짐을 다 싣고 해수면에서 1m∼50m 위로 올라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깊이가 확보되는 것이 좋고 적재물을 적당히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선장 윤모씨는 "소형 어선 선원들은 평소에 안전 훈련 기회가 적어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있다"며 "대형 선박처럼 자체적으로 훈련하기 어려운 여건인 만큼 권역을 묶어 정기적인 출장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