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몰락한 '황제주'로 달려간 개미들…엉터리 분석이 만들어낸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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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깜짝 '1월 랠리'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국내 증시에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선택은 LG생활건강이었습니다. 2월 들어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죠. LG생활건강은 한 때 주당 100만원이 넘던 '황제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주가는 옛 명성에 비해 초라해진 상태입니다. 그런 LG생활건강에 개미들이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일부 증권사에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이 빌미가 됐을 겁니다. 그러나 이는 보고서를 겉핥기식으로 읽고 내놓은 엉터리 분석이 만들어낸 촌극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과연 LG생활건강은 악재를 딛고 다시 과거의 매직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마켓PRO가 실상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가장 비중이 큰 사업군은 화장품입니다. 후, 숨, 오휘 등 고급 화장품 라인업으로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어왔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더페이스샵도 포함돼있죠. 작년 말 기준 화장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55%에 달합니다. 코로나 피해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있습니다. '후'와 같은 고급 화장품은 중국인들이 면세점에서 주로 사들이던 제품입니다. 작년 4분기 화장품 매출 비중이 43.5%까지 급감하며 18년 만에 '실적 역성장'을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죠.두 번째로 비중이 큰 사업군이 생활용품입니다. 치약이 대표적이죠. 1954년 국내 최초로 개발된 '럭키치약'이 출발점입니다. 이후 국내 최초 합성세제 '하이타이', 주방세제 '에이퐁', 샴푸 '크림샴푸'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생활용품 시장을 주도해왔습니다. 현재는 페리오치약, 엘라스틴 샴푸, 샤프란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매김한 음료(Refreshment) 사업이 꾸준히 덩치를 키우고 있습니다. 부동의 1위 코카콜라의 원액을 들여와 우리가 마시는 완제품 콜라로 만들어내는 코카콜라, 사업권이 LG생활건강에게 있습니다. 스프라이트도 이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판매합니다. 여기에 비탄산음료인 미닛메이드, 파워에이드도 음료 사업군의 하나의 축입니다. 회사 측은 "더운 여름이 성수기인 음료 사업과 춥고 건조한 계절이 성수기인 화장품 사업은 상호 보완하여 매출의 연중 변동성을 줄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7조18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습니다.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은 7111억원으로 같은 기간 44.9% 줄었고, 순이익도 2583억원으로 70%나 쪼그라들었습니다. LG생활건강의 성장세가 멈춘 것은 2004년 이후 약 18년 만의 일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중국 코로나 여파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주력인 화장품 사업은 중국 시장 악화와 소비 둔화에 따른 타격이 컸기 때문이죠.화장품 사업의 연간 매출은 3조2118억원, 영업이익은 3천9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7.7%와 64.7% 감소했습니다. 4분기 기준으로도 매출은 23.7%, 영업이익은 57.7% 줄었습니다. 회사 측은 "중국 내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현지 주요 채널과 면세점 등의 매출이 영향을 받았고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도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앞으로가 문제입니다. 특히 뚝 떨어진 영업이익률이 가장 큰 문제죠 지난 2021년까지 5년 연속 15%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왔지만 이 수치가 지난해 9.9%로 급감했습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숙제들이 산적해있다"며 "중국 사업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면세점과 현지 온라인으로 집중되었던 판매채널이 멀티브랜드샵 등과 같은 오프라인 채널로 분산되며 유통비와 마케팅비 부담이 상승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아울러 "코로나19를 계기로 동사의 브랜드 다변화와 지역 다변화의 의지가 크게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향후 1~2년간은 미국, 일본, 동남아 시장 안착을 위한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습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면세 성장률이 45%에서 21%로 감소하면서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10% 하향됐다"며 "어닝쇼크로 단기 주가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관측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시선도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최근 LG생활건강을 다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 제목을 보면 대충 분위기가 느껴질텐데요, '당분간 검증의 시간이 필요', '명성에 금가는 소리', '이어지는 면세 부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등의 제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나마 긍정적인 제목은 '고난의 2022년이 끝났다' 정도로 보입니다. 통상 보고서 제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작성하는 애널리스트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향후 전망이 다소 우울해 보인다는 평가입니다.
이런 보고서를 본 언론들은 엉뚱한 해석을 내놨습니다. '목표주가 변경치'만 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고 기사를 쓴 곳들이 다수입니다. 물론 숫자만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속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완전히 잘못된 분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LG생활건강과 관련해 총 10개의 보고서가 쏟아졌습니다. 이 중 이베스트증권은 목표주가를 70만원에 8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LG생활건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대표적인 증권사로 거론된 곳입니다. 이베스트증권의 목표주가 변경은 지난 10월 말 이후 약 3개월만에 이뤄졌습니다. 당시 70만원이었던 목표주가를 83만원으로 높여잡은 것이죠. 반면 같은 날 키움증권은 91만원에서 90만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췄습니다. 표면적으론 이베스트증권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조정은 보름가량만에 이뤄졌습니다. 2주간 애널리스트의 분석 결과가 소폭 조정돼 목표주가가 1만원 낮아진 것이죠. 이베스트증권과 같은 기간을 놓고 보면 어떨까요? 키움증권의 석 달 전 목표주가는 71만원이었습니다. 정확히 비교하려면 이베스트증권은 70만원에서 83만원으로 키움증권은 71만원에서 90만원으로 목표주가를 바꿨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보입니다. 물론 2주만에 1만원을 낮춘 이유를 살펴봐야겠지만요.
신한투자증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10월말 77만원이던 목표주가가 1월 중순 89만원으로 높아졌습니다. 그러다 2주만인 지난 1일 목표주가를 다시 83만원으로 떨어뜨렸습니다. '명성에 금 가는 소리'라는 제목과 함께요. 삼성증권 역시 3개월 새 목표주가를 50만원에서 77만원으로 높인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것처럼 소개됐지만 타사에 비교 눈에 띄게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축에 속합니다.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 주가가 74만원이었으니 거의 오를 가능성이 없단 얘기였죠. 실제 삼성증권의 투자의견은 '매수'가 아닌 '중립'이었습니다.
현대차증권의 경우에도 지난 1일 당시 주가가 74만3000원이었을 때 목표주가를 70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례적으로 지금의 주가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적시한 것입니다. 실제 8일 종가기준 주가는 70만원 아래로 떨어졌죠.
즉 '증권사들의 엇갈린 전망은 없었다'는게 보고서를 제대로 뜯어본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긍정적인 관측이 없었다고 해석하는게 맞다는 의견입니다. 회사 측에서 내다보는 올해 실적 전망도 이런 부정적인 기류와 맥을 같이합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 73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 대비 소폭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란 보수적인 전망치를 제시한 셈입니다. 물론 중국의 리오프닝 여부에 따라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는 8466억원입니다.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증권사의 목표주가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그 숫자가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그 맥락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종목 집중탐구깜짝 '1월 랠리'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국내 증시에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선택은 LG생활건강이었습니다. 2월 들어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죠. LG생활건강은 한 때 주당 100만원이 넘던 '황제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주가는 옛 명성에 비해 초라해진 상태입니다. 그런 LG생활건강에 개미들이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일부 증권사에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이 빌미가 됐을 겁니다. 그러나 이는 보고서를 겉핥기식으로 읽고 내놓은 엉터리 분석이 만들어낸 촌극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과연 LG생활건강은 악재를 딛고 다시 과거의 매직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마켓PRO가 실상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화장품 쇼크 만회하는 코카콜라?
LG생활건강은 우리 일상과 밀접한 회사입니다. 사명에 포함된 '건강'과는 다소 무관하지만 '생활'에는 없어서는 안 될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가장 비중이 큰 사업군은 화장품입니다. 후, 숨, 오휘 등 고급 화장품 라인업으로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어왔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더페이스샵도 포함돼있죠. 작년 말 기준 화장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55%에 달합니다. 코로나 피해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있습니다. '후'와 같은 고급 화장품은 중국인들이 면세점에서 주로 사들이던 제품입니다. 작년 4분기 화장품 매출 비중이 43.5%까지 급감하며 18년 만에 '실적 역성장'을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죠.두 번째로 비중이 큰 사업군이 생활용품입니다. 치약이 대표적이죠. 1954년 국내 최초로 개발된 '럭키치약'이 출발점입니다. 이후 국내 최초 합성세제 '하이타이', 주방세제 '에이퐁', 샴푸 '크림샴푸'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생활용품 시장을 주도해왔습니다. 현재는 페리오치약, 엘라스틴 샴푸, 샤프란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매김한 음료(Refreshment) 사업이 꾸준히 덩치를 키우고 있습니다. 부동의 1위 코카콜라의 원액을 들여와 우리가 마시는 완제품 콜라로 만들어내는 코카콜라, 사업권이 LG생활건강에게 있습니다. 스프라이트도 이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판매합니다. 여기에 비탄산음료인 미닛메이드, 파워에이드도 음료 사업군의 하나의 축입니다. 회사 측은 "더운 여름이 성수기인 음료 사업과 춥고 건조한 계절이 성수기인 화장품 사업은 상호 보완하여 매출의 연중 변동성을 줄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18년 만에 역성장...올해 전망도 암울
'18년만의 역성장' 최근 LG생활건강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입니다. 18년이란 오랜 기간이 주는 위압감 때문에 엄청난 역사적인 순간 같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한 회사가 60분기 넘는 긴 시간 동안 매번 실적이 성장해왔다니 대단한 업적입니다. 1조원에 불과하던 회사 매출이 7조원으로 불어났으니까요. 이를 주도해온 차석용 전 부회장에게 항상 '차석용 매직'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이유입니다. '레전드 경영인'이었던 그는 '용퇴'를 결정했습니다. 그만큼 회사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유독 중국에 극심하게 퍼졌던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었지만 경영자로서 책임을 진 셈이죠.실제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7조18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습니다.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은 7111억원으로 같은 기간 44.9% 줄었고, 순이익도 2583억원으로 70%나 쪼그라들었습니다. LG생활건강의 성장세가 멈춘 것은 2004년 이후 약 18년 만의 일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중국 코로나 여파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주력인 화장품 사업은 중국 시장 악화와 소비 둔화에 따른 타격이 컸기 때문이죠.화장품 사업의 연간 매출은 3조2118억원, 영업이익은 3천9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7.7%와 64.7% 감소했습니다. 4분기 기준으로도 매출은 23.7%, 영업이익은 57.7% 줄었습니다. 회사 측은 "중국 내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현지 주요 채널과 면세점 등의 매출이 영향을 받았고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도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앞으로가 문제입니다. 특히 뚝 떨어진 영업이익률이 가장 큰 문제죠 지난 2021년까지 5년 연속 15%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왔지만 이 수치가 지난해 9.9%로 급감했습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숙제들이 산적해있다"며 "중국 사업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면세점과 현지 온라인으로 집중되었던 판매채널이 멀티브랜드샵 등과 같은 오프라인 채널로 분산되며 유통비와 마케팅비 부담이 상승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아울러 "코로나19를 계기로 동사의 브랜드 다변화와 지역 다변화의 의지가 크게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향후 1~2년간은 미국, 일본, 동남아 시장 안착을 위한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습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면세 성장률이 45%에서 21%로 감소하면서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10% 하향됐다"며 "어닝쇼크로 단기 주가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관측했습니다.
엇갈린 전망은 없었다
그렇다면 개미들은 왜 이런 베팅을 했을까요? 지난 8일 주가는 69만4000원에 마감됐습니다. 이달 들어 주가가 6.59% 하락했으니 아직까진 개미들의 투자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긴 어려워보입니다. 올해 상승률 역시 -3.88%에 불과합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1% 올랐으니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입니다.전문가들의 시선도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최근 LG생활건강을 다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 제목을 보면 대충 분위기가 느껴질텐데요, '당분간 검증의 시간이 필요', '명성에 금가는 소리', '이어지는 면세 부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등의 제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나마 긍정적인 제목은 '고난의 2022년이 끝났다' 정도로 보입니다. 통상 보고서 제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작성하는 애널리스트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향후 전망이 다소 우울해 보인다는 평가입니다.
이런 보고서를 본 언론들은 엉뚱한 해석을 내놨습니다. '목표주가 변경치'만 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고 기사를 쓴 곳들이 다수입니다. 물론 숫자만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속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완전히 잘못된 분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LG생활건강과 관련해 총 10개의 보고서가 쏟아졌습니다. 이 중 이베스트증권은 목표주가를 70만원에 8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LG생활건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대표적인 증권사로 거론된 곳입니다. 이베스트증권의 목표주가 변경은 지난 10월 말 이후 약 3개월만에 이뤄졌습니다. 당시 70만원이었던 목표주가를 83만원으로 높여잡은 것이죠. 반면 같은 날 키움증권은 91만원에서 90만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췄습니다. 표면적으론 이베스트증권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조정은 보름가량만에 이뤄졌습니다. 2주간 애널리스트의 분석 결과가 소폭 조정돼 목표주가가 1만원 낮아진 것이죠. 이베스트증권과 같은 기간을 놓고 보면 어떨까요? 키움증권의 석 달 전 목표주가는 71만원이었습니다. 정확히 비교하려면 이베스트증권은 70만원에서 83만원으로 키움증권은 71만원에서 90만원으로 목표주가를 바꿨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보입니다. 물론 2주만에 1만원을 낮춘 이유를 살펴봐야겠지만요.
신한투자증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10월말 77만원이던 목표주가가 1월 중순 89만원으로 높아졌습니다. 그러다 2주만인 지난 1일 목표주가를 다시 83만원으로 떨어뜨렸습니다. '명성에 금 가는 소리'라는 제목과 함께요. 삼성증권 역시 3개월 새 목표주가를 50만원에서 77만원으로 높인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것처럼 소개됐지만 타사에 비교 눈에 띄게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축에 속합니다.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 주가가 74만원이었으니 거의 오를 가능성이 없단 얘기였죠. 실제 삼성증권의 투자의견은 '매수'가 아닌 '중립'이었습니다.
현대차증권의 경우에도 지난 1일 당시 주가가 74만3000원이었을 때 목표주가를 70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례적으로 지금의 주가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적시한 것입니다. 실제 8일 종가기준 주가는 70만원 아래로 떨어졌죠.
즉 '증권사들의 엇갈린 전망은 없었다'는게 보고서를 제대로 뜯어본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긍정적인 관측이 없었다고 해석하는게 맞다는 의견입니다. 회사 측에서 내다보는 올해 실적 전망도 이런 부정적인 기류와 맥을 같이합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 73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 대비 소폭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란 보수적인 전망치를 제시한 셈입니다. 물론 중국의 리오프닝 여부에 따라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는 8466억원입니다.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증권사의 목표주가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그 숫자가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그 맥락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