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했다"…MZ세대 '권고사직 브이로그' 쏟아지는 이유 [이슈+]

최근 유튜브서 '권고사직 브이로그' 다수 올라와
경기 둔화로 스타트업 등 회사 인력 감축 들어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유튜브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장인들이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권고사직 브이로그(VLOG·개인의 일상을 담은 동영상)'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8일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여 간 유튜브 페이지 상단에는 '권고사직 브이로그'란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이 30건이 훌쩍 넘는것으로 집계됐다.최근 유튜브채널 '스브스뉴스'가 올린 '최근 권고사직 당한 MZ 세대들 현실'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111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이 영상에서 지난해 10월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는 진 모 씨(30)는 "업무하던 도중 인사팀으로부터 '30분 뒤에 미팅할 수 있을까요'라는 말을 듣고 갔더니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며 "이번 일로 나를 포함해 우리 팀 전체가 다 날아갔다"고 전했다.
최근 유튜브에는 다수의 '권고사직 브이로그' 영상이 올라왔다. /사진=유튜브 페이지 갈무리
브이로그를 올린 직장인들은 회사들이 최근 들어 심해진 고금리와 경기 둔화, 구조조정 필요성 등을 이유로 이들에게 '비자발적 퇴사'를 권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본인 외에도 팀 전체가 없어지는 등의 갑작스러운 인력 조정을 경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 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비자발적 실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직장인 중 13.1%는 비자발적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실직 사유는 계약기간 만료가 28.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권고사직·정리해고·희망퇴직이 24.4%, 비자발적 해고가 19.8% 등으로 집계됐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다수의 직장인들이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사진=블라인드 갈무리
직장인들이 다수 가입돼있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비자발적 퇴사 권유를 받았다며 호소하는 직장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본인을 스타트업(새싹기업) 종사자라고 밝힌 직장인 A씨는 "권고사직이라는 것이 원래 흔한 것이냐. 첫 직장인데 뭔가 씁쓸한 기분이다"며 "우리 회사 사업팀 52명이 총 92억원을 벌어왔는데도 회사가 역성장했다며 인원 감축에 들어간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른 스타트업 종사자 B씨도 "회사 경영이 악화해 이미 한차례 권고사직이 돌았는데, 2주 후에 있을 추가 권고사직에는 내가 포함될 예정이다. 유예기간 없이 바로 나가야 한다고 들었다"면서 "예고도 없어서 당황스럽다. 이직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 씁쓸하다"고 토로했다.이들은 공통으로 실업 급여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지난해 비자발적 실직을 겪은 직장인 중 겨우 3분의 1만이 실업급여를 받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사람 중 16%는 사직 사유로 '자발적 퇴사'를 강요받았다며 억울함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