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두고 전운 감도는 SM엔터…하이브, 카카오와 맞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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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보유지분 매각 동분서주▶마켓인사이트 2월 8일 오후 5시36분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능성 거론
카카오 업은 현 경영진과 표대결
SM엔터 이사 4명 내달 임기 끝나
이사회 구성 두고 전면전 벌일 듯
SM엔터테인먼트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손잡고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에게 등을 돌린 경영진이 지난 7일 카카오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다. 이 총괄은 보유 지분을 높은 가격에 팔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협상 파트너로 거론된다. 하이브는 이 총괄 지분과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vs 하이브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최근까지 SM엔터에 대한 공개매수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국내 대형 증권사가 자문 및 인수금융 주선을 맡아 주당 11만~12만원으로 공개매수 가격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가 이 총괄 보유 지분 전량과 공개매수에 응한 소액주주 지분을 같은 가격에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르는 구조다.시장에서는 SM엔터와 카카오가 유상증자를 위해 지난 7일 기습적으로 긴급 이사회를 연 것도 이 총괄이 하이브와 물밑 협상을 벌이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신주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임시주총에서 하이브와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대비했다는 얘기다. 다만 SM엔터와 카카오 측은 “유상증자는 사업 시너지를 위한 것이며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이 총괄은 이날 오후 SM엔터의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카카오의 지분 확보를 저지하는 동시에 하이브 등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려는 행보로 시장은 보고 있다.SM엔터는 7일 회사 지분 약 9.05%에 해당하는 123만 주 규모의 신주와 CB 114만 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카카오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인수 주체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아직 잔금이 납입되지 않아 모회사 카카오가 급한 대로 일단 SM엔터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공식화하면 이사회 구성을 두고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 SM엔터 이사회는 이사 4명의 임기가 모두 올해 3월 끝난다. 이 중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와 박준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사내이사 3인이 이 총괄에게 반기를 들었다. 유일한 사외이사인 지창훈 전 대한항공 사장은 이 총괄의 고등학교 동문이다. 회사 측은 다음달 주총에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고 3명의 신임 사외이사도 추가하기로 했다.
하이브 등 과반 수준 지분 확보 ‘변수’
하이브는 2020년 이 총괄이 지분 매각에 나섰을 때부터 인수를 타진해왔다. 이 총괄은 후발주자이자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하이브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자신이 선임한 이사회가 등을 돌리면서 선택지가 좁아져 협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를 통해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고 새로운 지배구조를 갖추면 소액주주와 기관들도 우군으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BTS를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키운 하이브와 SM엔터 간 시너지가 뚜렷하기 때문이다.다만 카카오가 등장한 상황에서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통해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변수로 남았다. SM엔터 주가는 이날 9만8700원(9.54%)까지 올라 매입 단가를 높여야 한다. 공개매수에 응한 지분이 적으면 이사회 구성상 당장 경영권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다. 3월 정기주총이나 임시주총을 통해 표 대결을 벌이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